수중 촬영 시장의 구조적 모순, 그리고 하나의 질문
스마트폰은 바뀌는데, 하우징은 못 따라간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수중 촬영 시장은 빠르게 커졌다. 스쿠버다이버들은 더 이상 무거운 수중 카메라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 방수 하우징만 씌우면 됐으니까.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방수 하우징은 항상 특정 기종 전용으로 제작됐다. 갤럭시 S7용 하우징은 S8에 맞지 않고, 아이폰 6용은 아이폰 7에 쓸 수 없었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인 2~3년마다 수십만 원짜리 하우징을 함께 버려야 하는 구조였다.

이 문제는 하우징 제조사들이 인식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스마트폰마다 크기, 두께, 카메라 위치, 버튼 위치가 미묘하게 달랐기 때문에 범용 하우징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어떤 폰에도 맞으면서 동시에 방수를 보장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서로 모순되는 요구처럼 보였다. 내부 공간을 크게 잡으면 방수 씰링이 불확실해지고, 씰링을 확실히 하면 특정 기종에만 맞아야 했다.

아티슨앤오션은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창업팀이었다. 그들은 직접 이 불편함을 몸으로 겪으면서 "진짜로 유니버셜 하우징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알앤비디파트너스는 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기술적 파트너로 참여했다. 단순한 외주 개발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품을 함께 처음 만드는 여정이었다.
제품 기획의 강점과 기술 개발의 필요
2013년 설립된 아티슨앤오션은 수중 촬영 장비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이었다. 창업 이후 안드로이드용 기종별 하우징을 만들어왔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스마트폰 신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새로운 금형을 만들어야 했고, 재고 리스크도 컸다. 수십 종 스마트폰에 대응하다 보면 어떤 기종에 먼저 금형을 투자해야 할지도 매번 도박 같은 선택이었다.
창업팀은 제품 기획과 마케팅에는 강점이 있었지만, 복잡한 기구 설계와 방수 공학 분야에서는 외부 전문가가 필요했다. 유니버셜이라는 개념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알앤비디파트너스를 찾아온 것이었다. 알앤비디파트너스는 첫 미팅에서부터 이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기술적 도전을 받아들였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하우징 개발이 아니었다. "어떤 스마트폰이든 맞는 방수 하우징"이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던 제품을 처음 만드는 도전이었다. 2018년 첫 번째 만남부터 2020년 킥스타터 펀딩까지, 이 프로젝트는 3년에 걸친 여정이었다. 그 여정 속에서 기본형과 고급형 두 가지 라인업이 완성됐다.
Diveroid Universal — 3년의 여정

위 이미지는 2018년 최초 완성된 Diveroid 기본형 하우징이다. 겉에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이 안에는 다양한 스마트폰 두께에 맞게 자동으로 압축되는 씰링 구조와, 수심 60m 수압을 견디는 잠금 메커니즘, 그리고 다양한 카메라 위치에 대응하는 광학 윈도우 설계가 들어 있다.
프로젝트는 2018년 기본형 개발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알루미늄 CNC 가공 고급형 라인업까지 확장됐다. 각 단계에서 수십 번의 시제품 수정과 방수 테스트 반복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설계 노하우와 검증 방법론이 알앤비디파트너스의 방수 제품 개발 역량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2020년 킥스타터 캠페인은 목표 금액의 수배를 달성했고, 같은 해 iF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했다. 세계 최초 유니버셜 방수 하우징이라는 타이틀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3년의 기술적 도전이 만들어낸 실제 결과였다.
경쟁사는 어떻게 만들었나, 그리고 왜 모두 기종별 전용인가
Kraken, WeeFine, DIVEVOLK — 분해하고 측정한다
프로젝트 착수 전, 시장에 존재하는 방수 하우징 제품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Kraken, WeeFine, DIVEVOLK 등 주요 브랜드의 제품을 수집해 분해하고, 각 제품의 방수 방식, 클램핑 구조, 버튼 전달 방식, 렌즈 윈도우 설계를 파악했다. 방수 씰 홈의 단면 치수, O-링 압축률, 잠금 클립의 하중, 렌즈 포트 위치까지 실측해 데이터로 만들었다.
경쟁사 Kraken 제품 분석
경쟁사 WeeFine 제품 분석
분석 결과 모든 경쟁 제품은 기종별 전용 설계를 채택하고 있었다. 범용 제품을 시도한 사례도 일부 있었지만, 방수 신뢰성이 낮거나 조작성이 나쁜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공통적인 문제는 폰과 하우징 사이 간격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수압에 의해 씰이 밀리거나 물이 침투한다는 것이었다. 기존 방식의 한계가 확인됐고,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허 조사도 병행했다. 방수 하우징 관련 특허를 검토해 기존 특허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차별화된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방향을 확인했다. 유니버셜 구조에 관한 특허는 거의 없었다. 아무도 이 방향으로 진지하게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아직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공백 시장이자 기회였다.

누가, 왜, 얼마를 낼 것인가
수중 촬영 하우징의 주 사용자 그룹을 분석했다. 스쿠버다이버(깊은 수심, 높은 안전 요구), 스노클러(얕은 수심, 가격 민감), 수상 스포츠 매니아(충격 저항, 편의성)로 분류했다. 각 그룹의 사용 패턴, 지불 의향, 주요 불만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온라인 다이빙 커뮤니티, 유튜브 리뷰, 다이빙숍 운영자 인터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모았다.
VOC(Voice of Customer, 고객의 목소리) 분석 결과 공통적으로 나온 불만은 기종 호환성, 조작 편의성(장갑을 낀 상태에서 버튼 조작), 광학 품질(하우징 창으로 인한 화질 저하) 세 가지였다. 이 중 기종 호환성이 압도적인 1위였다. 스마트폰을 바꿀 때마다 하우징을 새로 사야 한다는 점에 대해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핵심 가치 인자(MVF, Most Value Factor)를 정의했다. 10종 이상 스마트폰 호환, 수심 60m 방수, 한 손으로 잠금 해제 가능, 렌즈 성능 유지. 이 네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설계의 목표가 됐다. 쉽게 말해, 방수가 되면서 쓰기 편하고 어떤 폰이든 맞는 하우징이었다. 그리고 이 네 가지가 동시에 가능한 제품은 세상에 없었다.

"어떤 폰이든 맞아야 한다"를 숫자로 만드는 작업
막연한 요구를 측정 가능한 스펙으로
고객 요구사항을 QFD(Quality Function Deployment, 품질 기능 전개) 방식으로 구조화했다. QFD는 고객의 언어를 엔지니어의 언어로 번역하는 도구다. "어떤 폰이든 맞아야 한다"는 막연한 요구를 "수용 폰 두께 범위: 6.5~9.5mm", "수용 폰 폭 범위: 65~80mm" 같은 구체적인 기술 스펙으로 변환했다. 이 수치를 결정하기 위해 2018년 출시된 주요 스마트폰 10종의 외형 치수를 모두 직접 측정했다.
방수 요구사항도 명확히 했다. 스쿠버다이빙 기준 최대 수심 40m에 안전계수 1.5를 적용해 60m 방수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수압으로 환산하면 약 7기압(700kPa). 이 수압이 하우징 전체 면적에 균일하게 가해질 때 구조가 견뎌야 하고, 씰링이 유지돼야 했다. "방수"라는 한 단어 뒤에 이렇게 구체적인 수치 요구가 있었다.
사용성 요구사항도 정의했다. 스쿠버다이빙 장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잠금 해제가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은 버튼 크기와 조작력에 제약을 걸었다. 조작 버튼의 최소 크기, 눌림 하중 상한선, 식별 가능한 돌출 높이까지 수치로 정의했다. 수중에서 시야가 나쁜 상황을 가정해 촉감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도록 버튼 형태의 차별화도 요구사항에 포함시켰다.
유니버셜 + 방수, 이 두 요구는 정말 모순인가
유니버셜 하우징의 핵심 모순을 명확히 정의했다. 다양한 폰을 수용하려면 내부 공간이 넓고 유연해야 하는데, 방수를 위해서는 폰과 하우징 사이 간격이 없어야 한다. 이 두 요구는 서로 충돌한다. 이것은 단순히 엔지니어링 어려움이 아니라, 논리적 모순이었다. 이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로 설정됐다.
또 다른 제약은 렌즈 윈도우였다. 카메라 위치가 기종마다 다르다. 갤럭시 시리즈는 왼쪽 상단, 아이폰은 중앙 상단, 어떤 폰은 오른쪽 상단에 카메라가 있다. 일반 하우징은 특정 기종의 카메라 위치에 맞게 렌즈 포트를 배치하지만, 유니버셜 하우징에서는 어떤 기종이 들어와도 카메라가 렌즈 포트 앞에 오도록 설계해야 했다. 광학 성능을 유지하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비용과 생산성도 제약 조건이었다. 기존 하우징은 한 기종에 최적화돼 있어 구조가 단순하고 금형비가 낮다. 유니버셜 구조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데,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이 복잡성을 구현해야 했다. 제약이 명확할수록 해결책의 방향도 명확해진다. 이 단계에서 정의된 제약들이 이후 컨셉 개발의 가이드라인이 됐다.
모순을 푸는 아이디어는 엉뚱한 곳에서 왔다
방수 하우징 산업 밖에서 해답을 찾다
기존 방수 하우징 산업의 틀에서는 유니버셜 구조의 해법을 찾기 어려웠다. 알앤비디파트너스는 FOS(Function-Oriented Search, 기능지향 탐색) 방법론을 적용해 전혀 다른 산업에서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을 찾았다. 핵심은 기능을 추상화하는 것이었다. "스마트폰 방수 하우징"이 아니라 "크기가 다른 물체를 수용하면서도 기밀을 유지하는" 기능에 집중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다양한 직경의 튜브를 연결하는 이음새 구조를 발견했다. 공압 기기의 퀵커플러는 누름-끼움 방식으로 빠르게 기밀을 형성하는 구조를 보여줬다. 카메라 렌즈 마운트 시스템은 정밀한 클램핑과 동시에 빠른 탈착을 가능하게 하는 바요넷 방식을 제공했다. 잠수함 해치의 조임 메커니즘도 수압 대응 설계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 기술들은 모두 방수 하우징과는 전혀 다른 분야지만, "다른 크기 + 기밀 유지"라는 공통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 탐색 과정에서 핵심 원리가 도출됐다. 스마트폰이 삽입되면 폰의 두께에 맞게 씰이 자동으로 압축되면서 기밀을 형성하는 "팽창 씰(Expanding Seal)" 방식이 가장 유망한 방향으로 부상했다. 폰 크기가 달라져도 씰이 적응하는 구조였다. 씰이 능동적으로 폰 두께에 반응한다는 개념은 기존 방수 하우징 설계에는 없는 발상이었다.
세 가지 후보, 하나의 선택
이종기술 탐색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컨셉 방향을 도출했다. 어댑터 방식(기종별 얇은 어댑터를 끼우는 방식), 팽창 씰 방식(씰이 폰 두께에 맞게 압축되는 방식), 기계식 클램프 방식(나사나 레버로 폰을 고정하는 방식) 등 세 가지 주요 후보를 만들었다. 각 방식의 장단점을 종이에 펼쳐놓고 팀이 함께 평가했다.
어댑터 방식은 방수 신뢰성은 높지만 사용자가 매번 기종별 어댑터를 구비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근본 문제를 사용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이었다. 기계식 클램프 방식은 수동 조작 단계가 많아 수중에서 실수 가능성이 높았다. 팽창 씰 방식은 사용 편의성이 높지만 씰의 내구성과 장기 방수 신뢰성을 검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신뢰성 검증이 어렵다는 것은 위험이지만, 동시에 경쟁자들이 시도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팽창 씰과 클램핑 레일을 결합한 방식을 선택했다. 폰이 삽입되면 클램핑 레일이 폰의 두께에 맞게 조정되면서 동시에 씰에 적절한 압력이 가해지는 구조였다. 폰을 넣는 행위 자체가 씰링을 완성하는 구조여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추가로 할 필요가 없었다. 이 방식이 사용 편의성과 방수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방향으로 확정됐다.
아이디어를 3D 모델로, 3D 모델을 검증된 설계로
클램핑 레일, 렌즈 윈도우, 잠금 메커니즘의 3차원 설계
확정된 컨셉을 기반으로 3D CAD 설계를 시작했다. 하우징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본체 프레임(폰을 수용하고 씰을 잡아주는 구조체), 렌즈 윈도우(광학 성능 유지), 잠금 메커니즘(백커버 고정). 각 부분의 치수와 형태를 결정하는 데 주요 스마트폰 10종의 외형 데이터가 활용됐다. CAD 화면에서 각 폰을 가상으로 삽입해 보면서 클리어런스(여유 공간)와 씰 압축량을 동시에 확인했다.
클램핑 레일 설계가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폰의 두께 최소~최대 범위를 커버하면서도 삽입 시 부드럽게 들어가고, 잠겼을 때는 수압에서도 움직이지 않아야 했다. 레일의 마찰 특성, 스프링 하중, 이동 범위를 반복적으로 조정했다. 물리 버튼 처리도 중요했다. 기종별로 버튼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하우징 측면에 범용 조작 버튼을 배치하고, 내부에서는 화면 터치로 대부분의 카메라 기능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을 채택했다.
렌즈 윈도우 설계에서는 광학 성능과 구조 강도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했다. 광학 등급 아크릴과 AR(반사방지) 코팅 조합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렌즈 포트 위치는 다양한 기종의 카메라 위치를 분석해 어느 기종이 들어와도 카메라가 창 안쪽에 오도록 여유 공간을 설계했다. 이 여유 공간이 너무 크면 광학 성능이 저하되고, 너무 작으면 일부 기종에서 카메라가 창 밖으로 나가버린다.
폴리카보네이트부터 알루미늄까지, 소재가 제품을 결정한다

본체 소재는 처음에 폴리카보네이트(PC) 기반으로 검토했다. PC는 강도와 투명성이 좋고 사출 성형이 용이해 양산 원가 관리에 유리하다. 다만 장기간 자외선과 해수에 노출됐을 때의 내구성이 문제였다. UV 안정제 첨가 비율과 표면 하드코팅을 최적화해 해수 환경에서의 내구 수명을 확보했다. 2019년 고급형에서는 CNC 가공 알루미늄으로 변경해 고급감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방수 씰 소재로는 실리콘 O-링을 채택했다. 실리콘은 -60°C~+200°C에서 탄성을 유지하고 해수에도 강하다. 수중 다이빙 장비에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신뢰할 수 있는 소재다. O-링이 제 역할을 하려면 씰 홈의 치수와 조임 하중이 정밀하게 설계돼야 한다. O-링 압축률을 15~30% 범위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압축이 너무 적으면 방수가 안 되고, 너무 많으면 씰이 변형되거나 삽입이 어려워진다.
렌즈 윈도우 소재는 광학 성능과 내압 강도를 동시에 고려해야 했다. 일반 아크릴은 가공이 쉽지만 긁힘에 약하다. 강화 광학 유리는 성능이 좋지만 가공 비용이 높고 충격에 의한 깨짐 위험이 있다. 광학 등급 아크릴과 AR 코팅 조합으로 비용과 성능의 균형을 맞췄다. 수중에서 광학 아크릴의 굴절률이 물의 굴절률과 비슷해 화질 왜곡도 최소화됐다.
수심 60m 수압을 컴퓨터로 먼저 시험한다
수심 60m에서 하우징에 가해지는 수압은 약 7기압(700kPa)이다. 1기압이 약 10m 수심에 해당하므로, 60m는 대기압 포함 약 7기압이 된다. 이 하중이 하우징 전체 면적에 균일하게 가해질 때 가장 취약한 지점을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컴퓨터 지원 엔지니어링) 해석으로 파악했다. 렌즈 윈도우 중심부 처짐, 잠금 클립 하중, 씰 홈 주변 응력 집중이 주요 검토 항목이었다.
해석 결과 렌즈 윈도우 두께를 당초보다 1mm 증가시키고, 잠금 클립의 단면 형상을 T자형으로 변경하는 보강이 이루어졌다. 안전계수 2.0 이상을 목표로 설계를 반복적으로 수정했다. 안전계수 2.0은 목표 수압의 2배에서도 파손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해석과 수정 사이클을 4회 이상 반복해 최종 설계를 확정했다.
이론적 해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테스트가 반드시 필요했다. 가압 챔버를 이용한 정수압 테스트에서 목표 수압의 1.5배까지 가압해 안전계수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씰 밀림 현상을 발견했고, 씰 홈의 코너 R(곡면 처리) 형상을 수정해 해결했다. 컴퓨터 해석이 놓친 것을 실제 테스트가 잡아낸 전형적인 사례였다.
만들고, 테스트하고, 실패하고, 다시 만들고
1차 목업 → 문제 발견 → 수정 → 반복
1차 목업은 3D 프린팅으로 빠르게 제작했다. 형상과 조립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실제로 만들어보니 예상대로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클램핑 레일 마찰이 너무 강해 폰이 잘 들어가지 않았고, 잠금 클립의 유격이 커서 방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렌즈 윈도우 정렬도 예상보다 어려웠다. 이 문제들을 목록화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다음 목업에서 수정했다.
1차 목업 — 3D 프린팅
반복 개선 후 시제품
2차 목업부터는 CNC 가공으로 더 정밀한 치수를 검증했다. 방수 테스트를 통과하면 클램핑 조작이 너무 빡빡하다는 피드백이 나오고, 클램핑을 부드럽게 하면 방수 신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반복됐다. 이것이 바로 설계 단계에서 정의했던 핵심 모순이 실제 제품에서 나타나는 것이었다. 모순을 이론적으로 정의하는 것과 실제 부품에서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수십 번의 수정과 테스트를 통해 최적 조임 하중을 찾아냈다.
2차 목업 — CNC 가공 정밀 검증
내부 클램핑 구조 상세
목업 단계에서 기능이 추가되기도 했다. 수중에서 붉은 파장이 흡수되어 사진이 푸르스름하게 나오는 문제를 보정하는 레드 필터를 렌즈 윈도우에 탈착식으로 장착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수중 보조 조명용 LED 포트도 이 단계에서 설계됐다. 처음에는 하우징만 만들려 했지만, 수중 촬영이라는 사용 환경을 깊이 이해할수록 제품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700kPa에서 15분 — 10종 스마트폰 각각으로
방수 검증은 두 단계로 진행했다. 먼저 실험실 가압 챔버 테스트로 정확한 수압 조건을 재현했다. 목표 수심 60m에 해당하는 700kPa에서 15분간 유지하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단순히 하우징만 테스트하는 게 아니었다. 갤럭시 S8, S9, Note 8, 아이폰 6s, 7, 8, X 등 10종 이상의 스마트폰을 각각 삽입한 상태에서 테스트를 수행했다. 하우징이 "유니버셜"임을 증명하려면, 각 폰이 들어갔을 때 모두 방수가 돼야 했다.
가압 테스트 실패 사례들은 모두 원인을 분석하고 설계를 수정했다. 씰 홈의 R 값이 작아서 씰이 제대로 안착되지 않는 경우, 잠금 토크가 부족해 수압에서 클립이 열리는 경우, 폰 삽입 시 씰이 밀려나는 경우 등 다양한 실패 원인을 경험했다. 실패마다 원인 분석 → 설계 수정 → 재테스트 사이클을 반복했다. 실패가 쌓일수록 설계는 더 견고해졌다.
가압 테스트를 통과한 후에는 실제 수중 침수 테스트도 수행했다. 실험실 조건과 달리 실제 수중에서는 온도 변화, 수류, 반복적인 압력 변동이 추가된다. 수조에서 시작해 실제 바다 다이빙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연속 3회 이상 실제 수중 테스트를 통과한 후 방수 성능을 확정했다. 실험실 숫자가 아니라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검증이 최종 기준이었다.
시제품에서 양산으로, 그리고 세계 시장으로
CNC 가공에서 사출 성형으로 — 원가를 잡는 구조 전환
시제품 검증이 완료되면 양산 준비가 시작된다. BOM(Bill of Materials, 부품 목록) 작성은 그 핵심이다. 어떤 부품을 어떤 사양으로,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를 확정했다. 시제품 단계에서 CNC 가공으로 만들었던 부품들을 양산에서는 사출 성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원가 절감의 핵심이었다. CNC는 정밀하지만 비싸고 느리다. 사출은 금형 초기 투자 후 단가가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금형 설계와 사출 조건 최적화도 중요한 과제였다. 유니버셜 클램핑 레일처럼 복잡한 구조는 사출 방향, 언더컷(사출 방향과 반대로 돌출된 부분) 처리, 수축 보상이 까다롭다. 금형 설계 단계에서 이 문제들을 미리 해결하지 않으면 양산에서 불량이 발생한다. 알앤비디파트너스의 금형 설계 경험이 여기서 직접적으로 활용됐다. 시제품 설계 단계부터 사출 방향을 염두에 두고 형상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했다.
2018년 기본형(PC 사출)으로 시작해, 2019년에는 고급형(알루미늄 CNC)을 추가 개발했다. 알루미늄 버전은 단가가 높지만 고급 다이빙 장비 시장의 프로 사용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었다. 또한 알루미늄 소재의 치수 안정성이 씰링 신뢰성도 더욱 높여줬다. 온도 변화에 따른 치수 변형이 플라스틱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두 라인업을 운영함으로써 프로/아마추어 시장을 모두 커버할 수 있었다.
킥스타터 목표치의 수배, iF 디자인어워드 수상
2020년 아티슨앤오션은 Diveroid 브랜드로 킥스타터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결과는 목표 금액의 수배를 달성하는 성공이었다. 총 10억 원 이상의 펀딩이 전 세계 다이버들로부터 모였다. "세계 최초 유니버셜 방수 하우징"이라는 타이틀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 것이었다. 이미 기종별 하우징의 불편함을 체험하고 있던 다이버들은 이 제품이 무엇을 해결하는지 바로 이해했다.

같은 해 iF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했다. iF 어워드는 독일의 권위 있는 디자인상으로, 심미성뿐 아니라 기능성과 혁신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유니버셜 구조라는 기능적 혁신이 심사위원들에게 높이 평가됐다. 아름다운 외관 뒤에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엔지니어링이 있다는 점이 수상의 핵심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의미는 단순히 하나의 제품을 개발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품을 처음 만든다"는 도전을 성공시킨 것이다. 수십 번의 설계 변경, 반복된 방수 테스트 실패,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끈기가 세계 최초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 경험이 알앤비디파트너스의 엔지니어링 DNA에 깊이 새겨졌다. 논리적 모순처럼 보이는 요구도, 올바른 방법론과 끈기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