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접촉 회전으로 소음 없이 추출하는 콜드브루
기존 콜드브루의 불편함 — 느리거나, 시끄럽거나
콜드브루 커피는 찬물로 천천히 추출해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내는 커피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콜드브루는 12~24시간의 추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긴 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가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고속 회전 모터를 사용해 소음이 심하거나, 장비가 크고 무거워 휴대가 불가능했습니다.
'올바른'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비접촉 회전 — 자기장을 이용해 챔버 내부의 회전체를 돌리는 방식으로, 모터와 추출부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마찰 소음이 거의 없습니다. 원심분리 원리로 커피 성분을 빠르게 추출하면서도 소음은 최소화한, 기술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컨셉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훌륭한 기술 컨셉을 '사람들이 사고 싶은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손에 쥐었을 때 불편하거나, 세척이 번거롭거나, 가방에 넣기 어렵다면 소비자는 선택하지 않습니다. 올바른은 알앤비디파트너스에 이 기술 컨셉을 실제 제품으로 완성하는 디자인을 의뢰했습니다.
들고 다니고, 세척하기 쉽고, 커피다운 것
네 가지 디자인 원칙
기술 컨셉을 분석한 후, 디자인의 방향을 네 가지 원칙으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휴대성. 이 제품의 핵심 가치는 '어디서든 콜드브루를 마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방에 넣을 수 있는 크기,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형태가 필수였습니다. 둘째, 세척 용이성. 커피 기구에서 세척의 불편함은 사용 빈도를 결정합니다. 커피 가루가 닿는 모든 부분을 쉽게 분리하고 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사용 안정성. 원심분리 방식은 내부에서 고속 회전이 일어납니다. 작동 중 기기가 흔들리거나 넘어지면 안 됩니다. 작은 크기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넷째, 커피 아이덴티티. 이 제품을 보는 순간 '커피'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색상, 소재, 마감(CMF)이 커피 문화의 감성과 일치해야 합니다.
이 네 가지 원칙은 이후 모든 디자인 결정에서 판단 기준이 됐습니다. 어떤 형태가 예뻐 보여도 세척이 불편하면 탈락, 세척이 편해도 가방에 안 들어가면 탈락. 디자인은 예쁜 것이 아니라, 쓰기 좋은 것이 먼저입니다.
원기둥 하나에 담는 세 가지 방법
컨셉 1 — 클래식 원기둥형
디자인 방향을 바탕으로 세 가지 컨셉을 동시에 도출했습니다. 원심분리 챔버가 원형이므로 외형도 원기둥으로 가는 것이 내부 공간 활용에서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은 세 컨셉 모두 공통이었습니다. 차이는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있었습니다.
컨셉 1은 가장 심플한 원기둥 실루엣을 추구했습니다. 상부에 추출 모듈, 하부에 구동부와 배터리를 배치하는 기본 레이아웃 위에, 상부 디자인의 변주를 두 가지 방향으로 탐색했습니다. 뚜껑의 개폐 방식, 커피 가루 투입구의 위치, 추출된 커피가 나오는 출구의 형태를 다르게 해보면서 사용 시나리오별 편의성을 비교했습니다. 가방 물병 포켓에 넣을 수 있는 지름, 한 손으로 감싸 쥘 수 있는 그립감에 집중한 컨셉이었습니다.
컨셉 2 — 변신하는 원기둥
컨셉 2는 '사용할 때'와 '가지고 다닐 때'의 형태를 다르게 하는 아이디어에 집중했습니다. 사용 시에는 안정적으로 세워두고, 휴대 시에는 더 작아지는 구조입니다. 하부의 발 받침대를 접을 수 있게 설계하여, 작동 시에는 넓은 바닥면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수납 시에는 슬림한 원기둥으로 변신합니다.
컨셉 2의 핵심 아이디어는 '확장식 발 받침대'였습니다. 원기둥의 지름은 한 손으로 잡기 좋은 크기로 제한되는데, 이 지름만으로는 원심분리 작동 시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발 받침대를 펼치면 바닥 접지면이 넓어져 안정성이 올라가고, 접으면 원래의 슬림한 원기둥으로 돌아갑니다.
컨셉 3 — 분리 구조 중심
컨셉 3은 세척 용이성에 가장 큰 무게를 둔 디자인이었습니다. 상부 회전 모듈, 중간 연결부, 하부 베이스의 3단 분리 구조를 중심으로, 커피 가루가 닿는 상부만 분리해서 세척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확장식 발 받침대와 원기둥 실루엣도 함께 반영됐습니다.
세 가지 컨셉을 올바른 측에 제시하고 디자인 리뷰를 진행했습니다. 각 컨셉의 강점 — 컨셉 1의 심플함, 컨셉 2의 변신 구조, 컨셉 3의 세척 편의성 — 을 비교 검토한 결과, 세 컨셉의 장점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상세 설계에 진입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넣고, 빼고, 씻고 — 세척이 디자인을 결정한다
상부 회전 모듈 — 커피가 만나는 곳
상부 회전 모듈은 커피 가루와 물이 직접 닿는 핵심 부분입니다. 이 모듈의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쉽게 분리하고 세척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커피 가루를 넣는 챔버, 필터, 추출된 커피가 담기는 공간이 모두 이 모듈에 포함됩니다. 한 번의 동작으로 본체에서 분리되고, 분리된 상태에서 모든 내부 표면에 물이 닿을 수 있도록 개방형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챔버 사이즈는 '커피 한 잔 정량'을 기준으로 결정했습니다. 너무 크면 원기둥 지름이 커져 휴대성이 떨어지고, 너무 작으면 한 번에 충분한 양을 추출할 수 없습니다. 커피 한 잔(약 200ml) 추출에 필요한 원두 양과 물의 양을 계산하고, 원심분리 시 필요한 여유 공간을 더해 최적의 챔버 내경을 도출했습니다. 이 내경이 전체 제품의 지름을 결정하는 기준이 됐습니다.
상부 회전 모듈 — 한 동작으로 분리, 모든 면에 물이 닿는 구조
중간 연결부와 하부 베이스 — 기술과 디자인의 접점
중간 연결부는 상부 회전 모듈과 하부 구동부를 연결하는 부분입니다. 비접촉 회전 방식이기 때문에 이 연결부에 물리적인 축이 관통하지 않습니다. 자기장만 통과하면 되므로, 연결부를 완전히 밀봉할 수 있어 방수 설계가 용이했습니다. 이 특성을 디자인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연결부 경계면을 매끄럽게 처리하여 외관의 일체감을 높이면서도, 분리 시에는 명확한 그립감을 제공하도록 미세한 단차와 텍스처를 적용했습니다.
하부 베이스에는 모터, 배터리, 제어 회로가 들어갑니다. 이 부분은 물에 닿지 않아야 하므로 밀봉 구조가 핵심이었습니다. 충전 연결부의 위치와 형태도 디자인에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충전 포트를 측면 하단에 배치하되, 방수 커버로 덮어 물 튀김을 방지했습니다. 바닥면에는 미끄럼 방지 패드를 적용하고, 확장식 발 받침대의 힌지를 매립했습니다.
안정성과 휴대성을 동시에 — 확장식 발 받침대
펼치면 안정, 접으면 슬림
확장식 발 받침대는 이 제품 디자인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원심분리 작동 시 내부 회전체의 관성으로 기기에 미세한 진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기둥의 좁은 바닥면만으로는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발 받침대를 펼치면 바닥 접지 면적이 약 3배로 넓어져, 작동 중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추출이 진행됩니다.
발 받침대의 전개 메커니즘은 단순함을 추구했습니다. 복잡한 잠금 장치 없이, 손으로 펼치면 자연스럽게 고정되고, 접으면 본체에 밀착되는 구조입니다. 발 받침대의 형태도 단순한 기능 부품이 아니라 전체 디자인의 일부로 보이도록, 접었을 때 본체 실루엣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곡면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충전 연결부와 디테일
작은 제품일수록 디테일이 전체 인상을 결정합니다. 충전 연결부는 제품의 측면에 위치하되, 사용 시 시선이 닿지 않는 하단부에 배치했습니다. 방수 커버의 소재와 색상도 본체와 통일하여, 커버를 닫았을 때 이음매가 거의 보이지 않도록 처리했습니다.
상부 모듈의 뚜껑 손잡이, 본체를 잡았을 때 손가락이 닿는 영역의 텍스처, 분리 시 회전 방향을 안내하는 미세한 요철까지 —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편의성을 높이는 디테일들을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이런 디테일들이 쌓여서 '그냥 좋은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커피의 색, 커피의 질감 — 보는 순간 커피를 떠올리게
Color · Material · Finish — 커피 아이덴티티의 완성
CMF(Color, Material, Finish)는 제품의 첫인상을 결정합니다. 이 제품에서 CMF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이 제품을 보는 순간 커피를 떠올리게 하라.' 메인 컬러는 깊은 에스프레소 브라운과 무광 블랙의 조합으로 결정했습니다. 커피 원두의 로스팅 톤을 연상시키면서도, 주방이나 사무실 어디에 놓아도 어울리는 뉴트럴한 톤입니다.
소재는 상부 모듈에 식품 접촉 안전 인증을 받은 트라이탄(Tritan)을 적용했습니다. 트라이탄은 투명도가 높아 추출 과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BPA-free로 안전합니다. 하부 본체는 소프트터치 코팅을 적용한 ABS로, 손에 쥐었을 때 미끄러지지 않는 그립감과 고급스러운 촉감을 제공합니다.
마감(Finish)은 상부의 투명 트라이탄과 하부의 무광 소프트터치가 만나는 경계에서 시각적 대비를 만들었습니다. 금속 느낌의 액센트 링을 경계부에 적용하여, 두 소재의 만남을 자연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럽게 처리했습니다. 이 액센트 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분리 구조의 결합 가이드 역할도 겸합니다.
소음 없이, 빠르게, 어디서든 — 디자인이 완성한 경험
기술을 경험으로 바꾸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
최종 디자인은 올바른의 혁신적인 비접촉 회전 추출 기술을 — 누구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험으로 완성했습니다. 원기둥형 실루엣으로 가방 물병 포켓에 수납하고, 확장식 발 받침대로 어떤 테이블 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상부 모듈을 한 번에 분리해 세척하고, 다시 결합해 바로 다음 추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기술 자체가 아무리 뛰어나도, 사용자가 '편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제품은 실패합니다. 반대로, 기술의 장점을 디자인이 제대로 살려주면 사용자는 기술을 의식하지 않고도 그 혜택을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습니다. 소음이 없다는 것, 빠르게 추출된다는 것,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것 — 이 모든 경험은 디자인이 기술을 올바른 형태로 감쌌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알앤비디파트너스는 이 프로젝트에서 기술 컨셉 분석부터 디자인 방향 설정, 컨셉 디자인, 상세 설계, CMF 선정까지 제품 디자인의 전 과정을 수행했습니다. 기술을 이해하는 디자인, 사용자를 이해하는 설계 — 이것이 알앤비디파트너스의 제품 디자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