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멈추지 않는 소음 — 연구실이 지쳐갔다
세포 배양과 항체 반응, 그리고 끊임없이 돌아가는 쉐이커
서울대학교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에서는 세포 배양과 항체 반응 실험이 24시간 진행된다. 이 실험들은 교반기(쉐이커)가 일정한 속도로 지속적으로 회전하면서 시료를 섞어줘야 한다. 시료가 골고루 섞여야 반응이 균일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험의 특성상 한 번 세팅하면 8~72시간 연속 가동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밤새, 주말 내내 돌아가는 교반기는 연구실의 상수였다.
기존 오비탈 쉐이커(편심 모터 방식)는 모터가 회전하면서 필연적으로 진동과 소음을 발생시킨다. 보통 60~70dB 수준의 소음이 24시간 연속으로 발생한다. 이는 도심 대화 수준의 소음이 연구실 안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과 같다. 집중이 필요한 논문 작성, 현미경 관찰, 정밀 측정 작업에 지속적인 방해가 됐다.
연구원들은 집중이 필요한 작업을 할 때 교반기를 끄거나, 소음이 없는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야 했다. 민감한 실험에서는 교반기의 진동이 인접 실험 장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정밀 저울, 현미경 스테이지처럼 진동에 민감한 장비가 같은 공간에 있을 때 특히 문제였다. 연구소는 소음과 진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장비 개발을 알앤비디파트너스에 의뢰했다.
세포 배양 실험실의 쉐이커
"소음을 줄이겠다"가 아니라 "소음의 원인을 없애겠다"
기존 교반기가 소음을 내는 근본 원인은 기계적 접촉이다. 모터 축과 베어링, 구동 메커니즘 사이의 마찰이 진동을 만들고 이것이 소음으로 전달된다. 방음 처리나 방진 패드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이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소음을 가두거나 흡수하는 것이지, 소음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소음 베어링을 쓰거나 방음 케이스를 씌워도 구동 원리가 바뀌지 않으면 본질적 한계가 있다.
"소음을 줄이겠다"는 목표 대신 "소음의 원인을 없애겠다"는 접근이 필요했다. 기계적 접촉이 없으면 마찰이 없고, 마찰이 없으면 소음도 없다. 이 논리가 프로젝트의 방향을 결정했다. 접촉 없이 물체를 회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과제였다. 문제 정의가 바뀌면 해결책의 공간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전환이 BALLERINA의 시작이었다.
세계 시장을 조사했을 때 무소음 실험용 교반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기존 제품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기계적 접촉을 이용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세계 최초 제품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세계 최초라는 것은 참고할 레퍼런스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기초를 쌓아야 하는 더 어려운 과제였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도전이었다.
분해하고 측정해야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보인다
편심 모터 방식의 구조적 한계
시장에 있는 교반기들을 수집해 분해 분석했다. 오비탈 쉐이커의 작동 원리는 편심 모터를 이용해 플랫폼에 원형 궤도 운동을 주는 것이다. 모터 축에 무게 중심이 치우친 원반이 달려 있어 회전 시 원심력으로 플랫폼을 원형으로 진동시킨다. 이 원형 운동이 시료를 섞는 역할을 한다. 100년 이상 된 원리로, 단순하고 신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방식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진동 없이는 작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진동이 바로 구동 원리이기 때문이다. 편심 원반이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불균형 하중이 플랫폼을 진동시키고, 이 진동이 베이스 프레임을 통해 테이블과 바닥으로 전달된다. 소음을 줄이려면 구동 원리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베어링을 바꾸거나 모터를 더 좋은 것으로 교체해도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성능 측정도 수행했다. 소음 레벨, 진동 크기, 회전 속도 정밀도, 온도 안정성을 측정해 새로운 장비가 달성해야 할 기준치를 설정했다. 기존 장비의 소음은 60~70dB, 테이블 진동 가속도는 수십 mg(밀리 g) 수준이었다. 회전 속도 정밀도는 설정값의 ±5% 수준으로, 실험 재현성 확보에 불충분한 수준이었다. 이 측정값들이 새 장비의 목표 성능을 설정하는 기준이 됐다.
전 세계에서 아무도 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
저소음 실험 장비 관련 특허와 제품을 전 세계 범위에서 조사했다. 저소음 모터, 방진 마운트, 소음 차폐 구조 등 다양한 접근이 시도됐지만, 접촉 없는 교반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 브러시리스 모터(BLDC)를 사용하거나 정밀 베어링으로 소음을 줄이는 시도는 있었지만, 이것들은 소음을 '줄이는' 것이지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부상 관련 기술 특허는 열차, 에너지 저장, 공작기계 분야에서 다수 존재했다. 그러나 실험용 교반기에 자기부상을 적용한 특허나 제품은 전 세계에 없었다. 기술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이 두 분야가 결합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프로젝트의 핵심 기회였다. 이미 검증된 자기부상 기술을 실험용 교반기라는 새로운 용도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를 정리해보면, 세계 어떤 기업도 이 방향으로 진지하게 제품을 개발하지 않았던 것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다르게 정의했기 때문이었다. 모두 "어떻게 소음을 줄일까"를 고민할 때, BALLERINA 프로젝트는 "어떻게 소음의 원인을 없앨까"를 물었다. 문제 정의가 다른 팀이 다른 해답에 도달한 것이다.
"조용해야 한다"를 엔지니어가 작업할 수 있는 숫자로
수치화된 목표가 설계의 방향을 결정한다
서울대 연구소의 실제 실험 조건을 반영해 핵심 성능 지표(KPI)를 설정했다. 소음 레벨 60dB 이하(조용한 도서관 수준), 인접 테이블 진동 기존 대비 90% 저감, 회전 속도 범위 30~300rpm, 속도 정밀도 설정값의 ±2% 이내, 최대 적재 하중 3kg, 연속 가동 시간 72시간 이상. 이 여섯 가지 지표가 설계의 최소 합격선이었다.
요구사항 중 상충하는 것들이 있었다. 정밀한 속도 제어를 위해 제어 출력을 높이면 발열이 증가한다. 발열이 증가하면 연속 가동 시 안정성이 저하된다. 높은 부상력을 확보하려면 코일 전류를 높여야 하는데, 이 역시 발열로 이어진다. 이 상충 관계를 해결하는 설계가 필요했다. 상충 관계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해결책을 찾는 첫 단계였다.
환경 조건도 중요했다. 연구실은 일반적으로 실내 공조가 잘 되어 있지만, 연속 가동 장비는 자체 발열 관리가 필요하다. 팬을 이용한 강제 냉각은 팬 소음을 만들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다. 자연 대류만으로 냉각이 가능하도록 방열 설계를 해야 했다. 또한 생물학 실험 특성상 오염 방지를 위해 세척이 쉬운 구조여야 했다. 표면에 움푹 들어간 부분이 없고, 분리해서 닦을 수 있는 구조가 요구됐다.
연구자는 어떻게 이 장비를 사용하는가
실제 사용자인 연구원들을 인터뷰해 사용 시나리오를 파악했다. 플라스크나 튜브를 올려놓고 속도를 설정한 뒤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중간에 속도를 조정하거나 일시 정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작 인터페이스는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야 했다. 복잡한 설정을 다이얼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야 했다.
다양한 크기의 실험 용기를 사용한다는 점도 중요했다. 250mL 삼각 플라스크부터 2L 병까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용기를 올려놓을 수 있어야 했다. 용기 고정 방식도 고민이 필요했다. 기존 쉐이커에서는 클램프로 용기를 고정하지만, 자기부상 플랫폼에서는 클램프가 플랫폼 중심을 이탈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플랫폼 위에 범용 어댑터를 올려놓는 방식이 대안으로 도출됐다.
안전 요구사항도 정의했다. 전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비이므로, 주변 전자기기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했다. 전자파 장해(EMI, Electromagnetic Interference) 기준을 만족해야 했다. 또한 플랫폼이 예기치 않게 낙하하거나 장비가 과열될 경우를 대비한 보호 회로도 요구사항에 포함됐다. 연구실에서 사람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상 상황에서 스스로 안전하게 정지하는 기능이 필요했다.
해답은 Maglev 열차, 하드디스크, 플라이휠에 있었다
"접촉 없이 회전"이라는 기능으로 탐색하면 전혀 다른 분야가 열린다
"접촉 없이 물체를 회전시킨다"는 기능을 일반화해 이종기술을 탐색했다. 교반기라는 제품 카테고리를 벗어나 기능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FOS(Function-Oriented Search) 방법론의 핵심이다. 자기부상 열차(Maglev)는 전자기력으로 차량을 선로에서 띄워 마찰 없이 고속 이동을 실현한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스핀들 모터는 유체 동압 베어링을 이용해 거의 마찰 없는 회전을 달성한다. 플라이휠 에너지 저장 장치는 자기 베어링으로 회전체를 공중에 띄워 손실 없이 에너지를 저장한다.
이 기술들의 공통 원리는 전자기력을 이용해 물리적 접촉 없이 힘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교반기에 이 원리를 적용하면, 모터의 회전력을 플랫폼에 기계적 접촉 없이 전달할 수 있다. 동시에 플랫폼이 공중에 떠 있으면 베어링 마찰도 없어진다. 두 가지 마찰 원인을 동시에 제거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소음을 줄이는 게 아니라, 소음을 발생시키는 모든 물리적 접촉을 동시에 없애는 구조였다.
전자기 부상(EML, Electromagnetic Levitation) 방식이 가장 유망한 방향으로 결론났다. 코일에 전류를 흘려 전자기력을 발생시켜 영구자석이 부착된 플랫폼을 공중에 띄우는 것이다. 이 방식은 항공우주 분야와 고정밀 측정 장비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이었다. 검증된 원리를 새로운 응용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이것을 책상 위에 올라갈 수 있는 소형 장비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접촉 없이 회전하는 기능으로의 기술 탐색
거대한 기술을 작은 장비로 축소하는 도전
자기부상 기술의 교반기 적용 가능성을 여러 관점에서 평가했다. 기술적 가능성(자기장 제어로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부상시킬 수 있는가), 경제적 가능성(연구 장비로서 수용 가능한 원가 범위 내에서 구현 가능한가), 실용적 가능성(연구실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을 각각 검토했다. 세 관점 모두에서 타당성이 확인됐다.
기존 자기부상 시스템(열차, 에너지 저장)은 규모가 크고 복잡했다. 이를 소형화하고 단순화하는 것이 핵심 도전이었다. KAIST 기계공학과와 KIOST MOERI(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전문가들이 자기 베어링과 전자기 제어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알앤비디파트너스가 제품화 설계와 시스템 통합을 담당하고, 각 기관의 이론적 깊이를 활용하는 구조였다.
부상 방식의 세부 선택도 중요했다. 영구자석만으로 부상을 구현하는 패시브(Passive) 방식은 제어가 단순하지만 안정성 확보가 어렵다. 전자기력으로 실시간 제어하는 액티브(Active) 방식은 안정성이 높지만 복잡한 제어 시스템이 필요하다. 연구 장비라는 용도에서 안정성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액티브 방식을 채택했다. 이 선택이 이후 제어 시스템 개발의 방향을 결정했다.
공중에서 우아하게 회전하는 발레리나처럼
부상 플랫폼, 전자기 구동부, 하우징 — 세 모듈의 설계
BALLERINA(발레리나)라는 프로젝트명은 공중에서 우아하게 회전하는 발레리나에서 따왔다. 시스템은 세 개의 주요 모듈로 구성된다. 부상 플랫폼(시료 용기를 올려놓는 부분), 전자기 구동부(플랫폼을 띄우고 회전시키는 부분), 하우징(외부 케이스와 제어 인터페이스)이다. 세 모듈은 물리적으로는 분리돼 있지만, 전자기적으로는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부상 플랫폼은 영구자석 배열이 핵심이다. 자석의 배치 방향, 위치, 개수에 따라 부상 안정성이 달라진다. 자석 배열을 최적화해 수직 방향 부상력과 수평 방향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설계가 필요했다. KAIST 기계공학과와 KIOST MOERI의 전문가들이 자석 배열 시뮬레이션과 최적화 작업에서 협력했다. 이론과 실험을 반복하며 최적 배열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전자기 구동부는 두 가지 기능을 담당한다. 플랫폼을 공중에 띄우는 부상력 생성과, 플랫폼을 회전시키는 구동력 전달이다. 부상과 회전을 별도 코일로 제어하는 방식과 하나의 코일로 통합 제어하는 방식을 검토한 끝에, 제어 안정성을 위해 분리 제어 방식을 채택했다. 두 기능이 서로 간섭하면 제어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었다.
전자기 차폐, 실험 용기 호환, 무소음 냉각
하우징 설계에서는 전자기 간섭 차폐가 중요했다. 강한 자기장이 외부로 누출되면 인접한 다른 실험 장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기장은 전자 장비의 오작동을 유발하고, 강자성 물질이 가까이 있으면 흡인력이 생겨 위험할 수도 있다. 적절한 차폐 소재(규소강판, 퍼말로이 등)와 구조를 설계해 자기장이 하우징 내부에 국한되도록 했다.
플랫폼과 시료 용기의 인터페이스도 설계가 필요했다. 다양한 크기의 플라스크, 튜브, 배양접시를 올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 상면에 범용 어댑터 홈을 설계해 표준 실험 용기 규격(250mL, 500mL, 1L 삼각플라스크 등)에 대응했다. 어댑터는 자기적으로 중립적인 소재(비자성 플라스틱)로 제작해 부상 제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전원부와 제어부는 하우징 하단에 배치했다. 발열 관리를 위해 방열 설계를 적용하고, 팬 없이도 자연 대류로 냉각이 가능하도록 방열 면적을 확보했다. 팬이 없으면 팬 소음도 없다. 이것이 소음 제거라는 목표와 일관된 설계 방향이었다. 방열핀 형태와 배치를 최적화해 자연 대류 효율을 극대화했다. 전자기 부품의 발열 시뮬레이션으로 최적 방열 구조를 확인했다.
자기장에서의 소재 거동을 이해해야 올바른 소재를 선택한다
자기부상 시스템에서 소재 선정은 일반 기구 설계와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자성 소재와 비자성 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코어를 담당하는 부분은 자기 투자율이 높은 규소강판을 사용해 자기 회로 효율을 높였다. 반면 플랫폼 프레임, 하우징, 어댑터 등은 비자성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해 의도치 않은 자기 상호작용을 방지했다.
영구자석은 네오디뮴(NdFeB) 자석을 채택했다. 네오디뮴 자석은 같은 크기 대비 가장 강한 자기력을 제공하는 소재로, 소형 장비에서 충분한 부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자석 등급(N42, N52 등)과 코팅 방식도 연구 환경에서의 내구성을 고려해 선정했다. 연구실의 화학 물질 환경에서 자석 표면이 부식되지 않도록 에폭시 코팅을 적용했다.
코일 소재로는 고순도 구리 에나멜선을 사용했다. 저항이 낮아 발열이 적고, 에나멜 절연 코팅으로 층 간 단락을 방지한다. 코일 권선수와 직경은 필요한 자기력과 허용 발열량을 동시에 만족하는 최적 값으로 결정했다. 코일 설계는 전자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론적으로 최적화한 후, 실제 제작해 측정값으로 검증했다.
전자기 부상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 제어가 모든 것이다
PID 제어로 플랫폼이 떨어지지 않도록
전자기 부상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시스템이다. 적절한 제어 없이는 플랫폼이 아래로 떨어지거나 한쪽으로 치우친다. 마치 연필을 세워두는 것처럼 순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지속하려면 끊임없는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 PID(Proportional-Integral-Derivative) 제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플랫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코일 전류를 조정해 안정적인 부상 상태를 유지한다.
위치 감지는 홀 효과 센서(Hall Effect Sensor)를 사용했다. 자기장 세기를 측정해 플랫폼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치우쳤는지를 밀리초 단위로 측정하고, 이 정보가 제어 알고리즘에 입력된다. 센서의 배치 위치와 개수를 최적화해 3차원 위치 정보를 정확하게 추출했다. 센서가 너무 적으면 위치 추정 정확도가 떨어지고, 너무 많으면 회로가 복잡해지고 비용이 증가한다.
제어 루프의 갱신 주파수(얼마나 빠르게 측정하고 조정하는가)가 시스템 안정성을 좌우한다. 너무 느리면 플랫폼이 치우치기 전에 대응하지 못하고, 너무 빠르면 제어 신호의 노이즈가 증폭되어 오히려 불안정해진다. 최적 제어 주파수를 이론적으로 예측한 후, 실험적으로 미세 조정했다. PID 각 파라미터(P: 비례, I: 적분, D: 미분)의 조정은 경험과 이론을 결합한 반복 실험으로 완성됐다.
전류 위상 제어로 마찰 없는 회전을
플랫폼의 회전은 별도 코일 세트를 이용해 구현했다. 회전하는 자기장을 만들어 영구자석 플랫폼을 유도하는 유도 모터 원리와 유사하다. 코일에 흐르는 전류의 위상을 순서대로 변환하면 자기장이 회전하고, 플랫폼이 이를 따라 회전한다. 물리적 접촉이 없는 완전한 비접촉 회전이다. 모터에서는 회전자가 고정자에 기계적으로 접속되어 있지만, BALLERINA에서는 두 부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회전 속도 제어는 코일 구동 주파수로 정밀하게 조정된다. 주파수를 높이면 자기장이 더 빠르게 회전하고, 플랫폼도 빠르게 회전한다. 이 방식은 기계적 변속 장치 없이 전기적으로만 속도를 제어할 수 있어 마모 부품이 없다. 기어나 풀리처럼 닳아서 교체해야 하는 부품이 없다는 것은 연구 장비에서 중요한 장점이다. 유지보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회로 설계는 소형화와 발열 최소화를 목표로 했다. 효율 높은 스위칭 전원(SMPS, Switched Mode Power Supply) 설계로 전력 손실을 줄이고, 제어용 마이크로컨트롤러 선택에서도 저전력 특성을 우선했다. 부상 제어와 회전 제어를 하나의 마이크로컨트롤러로 통합하면서도 두 제어 간 간섭을 최소화하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구현했다.
복잡한 제어를 단순한 조작으로
내부적으로 복잡한 전자기 제어가 동작하고 있더라도, 사용자는 단순하게 조작할 수 있어야 했다. 회전 속도를 설정하는 다이얼 하나, 전원 스위치, 상태 표시 LED. 연구원들은 교반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필요가 없다. 원하는 속도를 설정하고 전원을 켜면 플랫폼이 공중에 뜨면서 회전을 시작해야 했다.
부상 시작 시퀀스도 설계가 필요했다. 전원을 켰을 때 플랫폼이 급격히 뜨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목표 높이까지 올라오는 부드러운 기동(Soft Start)을 구현했다. 반대로 전원을 끄면 급격히 낙하하지 않고 천천히 내려오도록 했다. 사용자 입장에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동작이어야 했다.
이상 감지 기능도 추가했다. 플랫폼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치우치기 시작하면(예를 들어 무거운 용기를 올려놓거나,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거나) 경고 신호를 내고 부상을 안전하게 종료하도록 했다. 연구실에서 장시간 무인 가동을 상정한 안전 설계였다. 장비가 스스로 이상 상황을 감지하고 안전하게 정지하는 것은 연구 데이터 손실 방지에도 중요한 기능이었다.
모듈별 검증에서 통합 시스템 검증까지
부상이 먼저, 회전은 그 다음 — 단계별 통합
최초 엔지니어링 샘플은 각 모듈을 개별적으로 검증하면서 조립했다. 부상 모듈만 단독으로 테스트해 부상력과 안정성을 확인한 후, 회전 모듈을 추가해 전체 시스템을 통합했다. 부상만 먼저 잡은 이유는,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부상하지 않으면 회전 제어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기초를 먼저 확인하고 복잡성을 점진적으로 추가하는 것이 개발 리스크를 낮추는 방법이었다.
통합 테스트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타났다. 부상 제어와 회전 제어가 서로 간섭을 일으켜 불안정한 동작이 나타난 것이다. 두 제어 시스템이 같은 자석을 공유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였다. 부상을 유지하려는 전자기력과 회전을 만들려는 전자기력이 서로 상쇄하거나 증폭되면서 플랫폼이 불규칙하게 진동했다. 제어 알고리즘을 수정하고 코일 배치를 조정해 간섭을 최소화했다.
BOM(Bill of Materials, 부품 목록) 작성도 이 단계에서 완료됐다. 부품 목록, 각 부품의 사양과 공급업체, 예상 원가를 정리했다. 연구 장비라는 특성상 양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원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원가 초과 항목에 대해서는 대체 부품을 탐색했다. 주요 부품 중 네오디뮴 자석과 홀 효과 센서가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소음 40dB 이하, EMI 기준 충족, 72시간 연속 가동
최종 시제품의 소음 레벨을 측정했다. 결과는 40dB 이하로, 목표치 60dB을 크게 하회했다. 조용한 도서관보다도 조용한 수준이었다. 기존 오비탈 쉐이커 대비 30dB 이상 저감한 것이다. dB는 로그 스케일이므로 30dB 차이는 체감 소음이 수백 배 차이 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실 안에서 실제 가동해보면 장비가 켜져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할 정도로 조용했다.
전자파 장해시험(EMI/EMC, Electromagnetic Interference/Compatibility)도 수행했다. 강한 전자기장을 사용하는 장비이므로 외부 기기에 대한 전자기 간섭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EMI 시험은 장비가 방출하는 전자기 에너지가 다른 기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EMC 시험은 외부 전자기 환경에서도 장비가 정상 동작하는지를 확인한다. 테스트 결과 허용 기준을 충족했다.
회전 속도 정밀도, 최대 적재 하중, 연속 가동 안정성 모두 요구사항을 만족했다. 특히 72시간 연속 가동 테스트에서 속도 편차가 ±1% 이내로 유지됐다. 요구사항인 ±2%보다 두 배 좋은 결과였다. 이는 실험 재현성 확보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연구소에 샘플을 전달해 실제 실험 환경에서 사용해보는 필드 테스트도 수행했다. 연구원들의 반응은 "이게 켜져 있는 게 맞냐"는 것이었다.
100년 된 기술을 처음으로 대체하다
목표를 달성한 것이 아니라 목표를 넘어섰다
최종 성능 검증 결과를 정리하면, 설정했던 모든 KPI를 달성했고 일부는 목표를 크게 초과했다. 소음 40dB (목표 60dB 이하, 목표 대비 20dB 추가 저감), 속도 정밀도 ±1% (목표 ±2% 이내), 72시간 연속 가동 완료, 적재 하중 3kg 달성, 진동 전달 기존 대비 95% 저감(목표 90%)이었다. 숫자로만 보면 훌륭한 성과지만, 이 숫자들이 연구실에서 의미하는 것은 더 크다.
연구원이 교반기 소음 때문에 집중력을 잃거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어졌다. 교반기 진동이 인접 정밀 장비에 영향을 줄 걱정도 없어졌다. 세포 배양 실험의 재현성이 높아졌다. 이것들은 성능 지표로 측정하기 어렵지만 연구자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변화다. 기술이 사람의 일상을 바꿀 때 그것이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전자파 장해 시험 결과는 연구 장비로서의 신뢰성을 확인해 주었다. 강한 전자기장을 사용하지만 적절한 차폐 설계로 주변 장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검증됐다. 민감한 생물학 실험 장비들과 같은 공간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증명이었다.
알앤비디파트너스가 존재하는 이유
BALLERINA의 완성은 단순한 장비 하나의 개발이 아니었다. 100년 이상 된 오비탈 쉐이커 기술을 처음으로 공중부양 방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전 세계 수만 개의 생명과학 연구실에서 사용되는 장비 카테고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 이전까지 전 세계 어느 기업도, 어느 연구소도 이것을 제품으로 만들지 않았다.
KAIST 기계공학과와 KIOST MOERI라는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과 협력한 것도 이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알앤비디파트너스는 제품화 설계와 시스템 통합을 담당하고, 각 전문기관의 이론적 깊이를 활용해 학문적 엄밀성과 제품 실용성을 함께 달성했다. 각 기관이 잘하는 것을 결합해 어느 한 기관만으로는 불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알앤비디파트너스의 기술 역량이 단순한 기구 설계를 넘어 전기/전자 제어, 물리학적 원리 적용, 다기관 협력 조율까지 포괄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상에 없는 것을 처음 만드는 일은 어렵다. 레퍼런스가 없고, 실패를 안고 가야 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BALLERINA를 완성한 것이, 알앤비디파트너스가 다음 세계 최초 프로젝트를 받아들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