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랑고의 독자 모델 도전 —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30년 업력의 등반장비 전문 기업, 마지막 퍼즐을 채우다
트랑고(Trango)는 1987년 설립된 대한민국 유일의 등반장비 전문 제조 기업입니다. 프릭션 앵커, 카라비너, 헬멧, 암벽화, 하네스, 특수 장비 등 거의 모든 등반 장비 제조 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를 넘어 북미, 유럽, 아시아의 유통 채널을 통해 세계 시장에 제품을 공급해 왔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에도 전문 등반장비 제조업체가 없는 현실에서, 트랑고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유일한 브랜드입니다.
그러나 트랑고에게는 오랫동안 빠진 퍼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자동 확보·하강기(Auto Belay Device)'였습니다. 자동 확보기는 등반 브랜드를 상징하는 '플래그십 제품'으로, Petzl(프랑스), Edelrid(독일), Mad rock(미국), Trango USA(미국) 등 소수의 세계 수준 브랜드만이 독자 모델을 보유한 특별한 제품입니다. 트랑고는 북미 파트너사 Trango USA의 'Cinch'라는 세계적인 자동 확보기를 브랜드로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는 파트너사의 제품이지 본사 독자 개발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트랑고는 2016~2017년 알앤비디파트너스와 함께 선행 개발을 통해 독자 자동 확보기의 기본 설계를 완성하고, 출시 직전까지 준비됐습니다. 그러나 2017년 2월, Petzl이 신제품 'Grigri+'를 독일 전시회에서 공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알앤비디파트너스 연구원이 현장에서 직접 Engineering Sample을 시연 확인한 결과, 개발 제품보다 진보된 Anti-panic 기능과 자일 전달 기능이 확인됐습니다. 즉각 양산 준비를 중단하고 경쟁력 강화 재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연구개발서비스 매칭활성화 사업 — 개선 개발의 틀
이 단계의 개발은 중소기업 연구개발서비스 매칭활성화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직전 선행 프로젝트의 성과물이 존재하고, 극복해야 할 경쟁 제품(Petzl Grigri+)이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개발 목표가 명확했습니다. Grigri+에 비해 열위한 세 가지 항목—자일 전달 기능, Anti-panic(하강 안전) 기능, 마찰부위 내구성—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습니다.
개발 전략도 명확했습니다. 첫째, 경쟁 제품 Grigri+의 기능을 분석하고 특허를 파악하여 침해 없이 동등한 수준의 기능을 구현합니다. 둘째, 기존 선행 개발 성과물 위에서 필요한 부분만 재설계하여 개발 기간을 최소화합니다. 셋째, 실제 등반 환경에서의 필드 테스트를 통해 설계를 검증합니다. 알앤비디파트너스 연구원들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직접 암벽 등반을 경험하며 사용자 관점의 이해를 높였습니다.
최종 산출물은 3D 설계 파일(부품별 Part 및 Assembly), CAE 응력 해석 보고서, 소재·공법이 확정된 BOM(Bill of Materials)으로 정의됐습니다. 트랑고는 이 결과물을 바탕으로 복수의 Engineering Sample을 제작하여 등반 전문가와 내부 직원의 혹독한 테스트를 거쳐 최종 양산을 준비하는 계획이었습니다.
고도의 신뢰가 지배하는 등반용품 시장
자동 확보기 시장의 경쟁 구조와 진입 장벽
등반·안전용품 시장은 제품의 품질이 사용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특수한 시장입니다. 이 특성 때문에 소비자는 어느 시장보다 보수적이며, 오랜 역사와 검증된 신뢰를 갖춘 브랜드를 강하게 선호합니다. 자동 확보기 시장에서 독자 모델을 보유한 브랜드는 2017년 기준으로 Petzl(프랑스), Edelrid(독일), Mad rock(미국: Edelrid 방식 변형 버전), Trango USA(미국) 단 4개뿐입니다. 제품명이 거의 고유명사화할 정도로 소수의 강자가 분점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으로 동등한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신뢰도, 제품 안전 인증(CE, UIAA 등), 장기적인 시장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트랑고는 이 진입 장벽의 많은 부분을 이미 갖추고 있었습니다. 30년의 업력, 북미·유럽·아시아의 유통 채널, 'Cinch'를 통한 자동 확보기 브랜드 인지도가 그것입니다. 트랑고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적 경쟁력'이었고, 알앤비디파트너스와의 협업이 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시장 규모 측면에서, 성공적인 양산 후 자동 확보기 시장에서 연간 약 2억 8천만 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인한 기타 등반 제품군의 동반 매출 증대 효과(약 2억 5천만 원/년 추가)도 기대됐습니다. 또한 현재 전량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군·경찰·소방 구조대 등의 수요를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시장도 열린다는 점도 중요한 사업 기회로 평가됐습니다.
자동 확보기의 기능 요건 — 생명을 지키는 장비의 조건
자동 확보기(Auto Belay Device)는 등반 시 두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합니다. 첫째, 자동 확보 기능입니다. 선등자(앞서 올라가는 클라이머)가 추락할 때 후등자가 로프를 직접 잡지 않아도 자동으로 로프를 고정하여 추락을 막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특정 속도 이상으로 로프가 빠져나갈 때 자동으로 제동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합니다. 둘째, 제어 하강 기능입니다. 클라이머가 하강할 때 하강기의 레버를 조작하여 원하는 속도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어야 합니다.
트랑고의 개발 목표는 이 두 기능 외에도 세 가지를 추가했습니다. 예압 기능(자일 전달 시 줄 걸림 방지), Anti-panic 기능(레버를 끝까지 당겨도 제동이 걸리는 안전 장치), 경쟁 제품 대비 최저 무게(200g 이하). 특히 Anti-panic 기능은 Edelrid의 Eddy에만 있는 고급 안전 기능으로, 당황하여 레버를 너무 당긴 사용자가 자유낙하에 가깝게 추락하는 사고를 방지합니다. 이 기능을 Petzl의 특허를 회피하면서 구현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기술 과제였습니다.
Petzl·Edelrid·Mad rock·Trango USA — 4종 정밀 분석
세계 자동 확보기 4종의 기능과 구조 비교
시장 선도 제품 4종의 기능과 장단점을 정밀 분석했습니다. Petzl Grigri(및 Grigri+): 세계 자동 확보기 시장의 기준. Grigri+는 개선된 Anti-panic 기능(레버 각도 구분)과 상단 로프(Top Rope)·선등(Lead) 전환 모드를 추가했습니다. Edelrid Eddy: Anti-panic 기능을 세계 최초로 탑재한 제품. 이중 캠 구조로 레버를 끝까지 당기면 오히려 제동이 걸리는 메커니즘을 구현했습니다. Mad rock Lifeguard: Edelrid의 방식을 참고한 제품. Trango USA Cinch: 트랑고 브랜드로 북미에 유통되는 제품이나 본사 개발품이 아닌 파트너사 제품입니다.
각 제품의 장단점을 기능별로 정리했습니다. 자동 확보 기능: 모든 제품이 만족하나 제동 반응 속도와 하중 기준이 다릅니다. 자일 전달(예압) 기능: Grigri+가 가장 원활, 개발 제품은 토션 스프링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한 상태. Anti-panic: Grigri+와 Eddy만 보유, Mad rock과 개발 제품은 미보유 상태. 무게: 개발 제품이 158g으로 가장 가벼움. Grigri+는 175g, Eddy는 223g이었습니다.
이 비교 분석에서 개발 전략의 방향이 명확해졌습니다. 무게는 이미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니 이를 유지하면서, Anti-panic 기능과 자일 전달 기능을 Grigri+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찰부위 내구성도 현재 SUS 핀 방식에서 SUS 판재 볼트 체결 방식으로 개선하여 교체 용이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Petzl의 특허 장벽 — 어떤 구조가 보호되고 있는가
Petzl Grigri+ Anti-panic 메커니즘의 특허 분석
Petzl Grigri+의 Anti-panic 기능은 'Assist cam(보조 캠)'을 도입한 것이 핵심입니다. 기존 Grigri의 캠 구조에 보조 캠을 추가하여, 레버를 일정 각도 이상 당기면 보조 캠이 로프를 다시 잡아주는 방식입니다. Petzl은 이 구조를 특허로 보호하고 있었으며, 단순히 '캠을 두 개 쓴다'는 개념으로는 특허 침해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또한 Petzl은 자일 전달 기능(Top Rope 모드)의 예압 구조와, 레버 각도에 따라 제동 모드가 전환되는 기구 구조에 대해서도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특허들의 청구항을 분석하여 보호 범위를 명확히 파악했습니다. Petzl이 보호하는 핵심은 '보조 캠의 형상'과 '보조 캠이 레버 동작에 연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면 회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Edelrid Eddy의 Anti-panic 구조도 분석했습니다. Eddy는 독자적인 이중 캠 구조를 사용하며, 특허로 보호되어 있었습니다. Mad rock의 구조는 Edelrid와 유사하여 Edelrid 특허와의 관계가 복잡했습니다. 이 분석을 통해 특허 회피의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했습니다. '레버가 특정 각도를 넘으면 제동 상태가 강화되는 결과'는 동일하지만, 그것을 구현하는 기구 구조를 완전히 다르게 설계하는 것이 방향이었습니다.
TRIZ 적용 — 경쟁사 특허를 뛰어넘는 새로운 구조
기능 분석으로 트리밍 방향 설정
TRIZ의 기능 분석과 트리밍을 적용하여 특허를 회피하는 새로운 구조를 탐색했습니다. 경쟁 제품들의 자동 확보기 시스템을 기술 시스템(Engine→Transmission→Tool→Target)으로 분석했습니다. 입력 에너지는 로프의 속도 변화(추락 시 급격한 하중·속도 증가), 동력부는 캠 회전, 전달부는 레버-캠 연결 기구, 작동부는 로프 제동 면, 목표는 로프 고정·속도 제어입니다.
이 분석에서 핵심 문제가 도출됐습니다. Anti-panic 기능의 물리적 모순은: 레버를 당기면(사용자 의도) 하강해야 하지만, 레버를 너무 당기면(공황 상태) 오히려 제동해야 한다. 이 모순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TRIZ의 분리 원리를 적용했습니다. '레버 당김 각도'라는 조건에 따라 시스템의 기능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즉, 레버의 각도 범위에 따라 서로 다른 두 가지 제동 상태로 전환되는 구조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탐색 결과, '탄성 푸시바(Elastic Push Bar)'를 이용한 독자적인 방식이 도출됐습니다. 레버가 특정 각도(제동 해제 구간)에서 동작할 때는 탄성 푸시바가 회전자를 밀어 제동을 해제합니다. 레버가 그 각도를 넘어서면(Anti-panic 구간) 레버와 탄성 푸시바의 접점이 사라지고, 탄성 푸시바의 스프링 탄성으로 회전자가 급속 복귀하여 자동으로 제동이 걸립니다. 이 구조는 Petzl과 Edelrid의 특허 구조와 명확하게 달랐습니다.
탄성 푸시바와 이중 캠 — 당황해도 안전한 메커니즘
Anti-panic의 작동 원리 — 레버 각도가 기능을 결정한다
개발된 Anti-panic 메커니즘의 작동 원리를 설명합니다. 정지 상태에서 클라이머가 하강을 시작할 때, 릴리즈 레버를 잡아당깁니다. 레버가 회전하면서 탄성 푸시바와 접점이 생기고, 이 접점이 탄성 푸시바를 밀어 회전자가 이동하면서 로프 제동이 서서히 해제됩니다. 더 당길수록 더 빠르게 하강합니다. 여기까지가 정상 하강 구간입니다.
사용자가 당황하여 레버를 끝까지 당기면 레버와 탄성 푸시바의 접점이 사라집니다. 접점이 사라지는 순간, 탄성 푸시바의 스프링 탄성으로 회전자가 급속 복귀하고, 회전자가 복귀하면서 로프를 자동으로 구속하여 제동이 걸립니다. 이것이 Anti-panic(공황 방지) 기능입니다. 또한 레버를 놓으면 레버 스프링으로 레버가 원위치로 복귀하는데, 이때 탄성 푸시바가 레버 복귀 반경에 따라 스스로 접히며 회전자에 영향을 주지 않고 원위치로 돌아옵니다. 제동 상태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 메커니즘에서 핵심은 레버 스프링과 탄성 푸시바 스프링의 탄성 값 조율입니다. 레버가 복귀할 때 탄성 푸시바가 자연스럽게 접히려면 레버 스프링 탄성이 탄성 푸시바 스프링 탄성보다 커야 합니다(레버 스프링 > 탄성 푸시바 스프링). 이 조건이 성립해야만 레버를 놓았을 때 탄성 푸시바가 방해 없이 접히며 레버가 원위치로 돌아옵니다. Prototype 1에서 이 조건을 미충족하여 문제가 발생했고, Prototype 2에서 스프링 설계를 수정하여 해결했습니다.
자일 전달 기능(예압) 설계 — 줄 걸림 없는 원활한 확보
선등자에게 자일을 전달할 때 확보기의 제동 기능 때문에 자일이 걸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예압(Pre-tension) 기능입니다. 개발된 방식은 토션 스프링(Torsion Spring, 비틀림 스프링)을 기구와 선택적으로 접촉시켜 프리 구간(자유 이동 구간)과 탄성 구간(제동 구간)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자일을 앞으로 전달할 때는 프리 구간이라 탄성에 관계없이 자일이 통과하고, 20~30kg 이상의 무게가 갑자기 걸려 자일 속도가 증가하면 자동으로 탄성 구간으로 넘어가 제동됩니다.
Prototype 1에서 토션 스프링 선경이 너무 가늘어 탄성이 약했고, 탄성 변화 시 탄성 시작 구간이 변할 수 있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Prototype 2에서 스프링 선경과 사이즈를 키우고 스프링 멈치를 추가하여 항상 예압 상태로 유지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실제 필드 테스트(삼성산 암벽 등반, 2017년 10월)에서 자일 전달 기능이 원활함을 확인했으며, 스프링 탄성에 의한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나 금방 익숙해지는 수준이었습니다.
Al7075와 이중 캠 — 158g을 실현하는 설계 방정식
항공 소재 Al7075 적용 — 강도와 경량성의 균형
158g이라는 세계 최경량 수준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은 소재 선택이었습니다. 자동 확보기의 주요 구조 부품(하우징, 캠 등)은 항공 알루미늄 합금 Al7075를 적용했습니다. Al7075의 비중은 2.81로, 스테인리스 스틸(SUS)의 7.85에 비해 약 1/3 수준입니다. 인장 강도는 503MPa로 일반 알루미늄 합금 Al6061(276MPa)의 약 두 배 수준이어서 등반 장비의 높은 하중 요건도 충족합니다.
단, Al7075는 용접이 어렵고 부식 저항성이 Al6061보다 낮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노다이징(Anodizing, 산화 처리) 표면 처리를 적용했습니다. 아노다이징은 알루미늄 표면에 산화 알루미늄 피막을 형성하여 내식성과 표면 경도를 높이는 처리입니다. 야외 등반 환경에서 비, 땀, 마찰에 노출되는 자동 확보기에 적합한 처리였습니다.
소재 선택과 함께 형상 최적화도 경량화의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CAE 해석을 통해 하중이 집중되지 않는 부위의 재료를 제거하고(가공)하여 불필요한 중량을 줄였습니다. 로프와 직접 접촉하는 마찰부는 내마모성이 요구되어 SUS 판재를 사용하면서, 직접 하중을 받지 않는 커버 부품은 플라스틱 사출로 경량화했습니다. 이 소재 최적화를 통해 경쟁 제품 대비 최경량을 달성했습니다.
이중 캠 메커니즘 — Anti-panic과 자동 확보의 통합
자동 확보기에서 '캠(Cam)'은 로프의 속도나 하중 변화에 반응하여 로프를 구속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캠의 형상, 무게 중심, 회전 축 위치, 접촉 면적이 자동 확보 성능을 결정합니다. 선행 프로젝트에서 기본 캠 구조가 개발됐으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Anti-panic 기능을 통합하기 위해 이중 캠 구조로 발전시켰습니다.
이중 캠에서 1차 캠은 자동 확보 기능을 담당합니다. 로프가 특정 속도 이상으로 빠져나갈 때 캠이 회전하면서 로프를 구속합니다. 2차 캠(탄성 푸시바를 통한 회전자 연동)은 Anti-panic 기능을 담당합니다. 릴리즈 레버가 일정 각도를 초과할 때 2차 캠이 작동하여 로프를 재구속합니다. 두 캠의 작동이 시간적으로 분리되어, 정상 하강 시에는 1차 캠만 작동하고 공황 상황에서는 2차 캠이 추가로 작동합니다.
CAE를 이용한 응력 해석을 두 차례 수행했습니다. 설계 하중 조건(클라이머의 추락 충격 하중, 자중과 관성을 고려한 동적 하중)에서 각 부품의 응력 분포와 최대 응력을 계산하고 안전율을 부여했습니다. 이 해석 결과를 반영하여 응력 집중 부위를 보강하고, 불필요한 부위를 경량화하는 설계 변경을 진행했습니다. 두 차례의 반복 설계-해석 사이클을 통해 최적 형상에 수렴했습니다.
Prototype 2회 + 필드 테스트 — 실제 암벽에서 검증하다
Prototype 1·2 제작과 실내 기능 검증
Prototype 1은 개념 설계를 실물로 구현하고 작동성을 확인하는 목적으로 제작됐습니다. 실제 제품과 동일한 소재(주조품 제외)를 사용하여 제작했으며, CAE 해석 결과를 반영한 안전율도 적용됐습니다. Prototype 1 평가 결과, 자일 전달 기능 75% 만족(스프링 탄성 부족), Anti-panic 기능 80% 만족(작동 구간이 짧음), 마찰부위 내구성 100% 만족이었습니다.
Prototype 2는 Prototype 1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개선 설계로 제작됐습니다. 토션 스프링 선경·사이즈 확대, 탄성 푸시바의 힌지 포인트 이동(레버 30도 회전 시 회전자 15도 이하로 움직이도록 감속비 설계), 핸들 외곽 형상 변경(하강 시 손목 각도 개선)이 주요 변경 사항이었습니다. Prototype 2 평가에서 자일 전달 기능 90% 만족, Anti-panic 기능 90% 만족, 마찰부위 내구성 100% 만족이 확인됐습니다.
추가로 핸들(릴리즈 레버)의 형상도 수정됐습니다. 암벽에 매달린 상태에서 하강기가 사용자 명치 근처에 위치할 때, 기존 핸들의 당김 방향이 '몸쪽으로 당기는 방향'이 아닌 '위로 들어올리는 방향'에 가까워 사용감이 어색하다는 필드 피드백이 반영됐습니다. 핸들의 릴리즈 시작점 위치를 이동하여 당기는 방향을 자연스러운 손목 동작 방향과 일치시켰습니다. 이 사소해 보이는 변경이 실제 사용감에서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실제 암벽 필드 테스트 — 삼성산에서의 검증
2017년 10월 12일, 알앤비디파트너스 연구원과 트랑고 직원이 함께 서울 삼성산 실제 암벽에서 필드 테스트를 수행했습니다. 등반 장비의 개발에서 실제 환경 테스트는 설계 검증만큼 중요합니다. 실험실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클라이머의 실제 동작 패턴'과 '다양한 로프 각도 조건'이 반영된 테스트였습니다.
필드 테스트 결과입니다. 자일 전달 기능: 스프링 탄성에 의한 개인차가 있지만 금방 익숙해졌습니다. 마찰부위 내구성: 현재까지 문제 없음(장기 테스트 필요). Anti-panic 기능: 원활하게 작동하나 핸들 조작 시 손목·팔의 각도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이 필드 피드백이 Prototype 2-1에서의 핸들 형상 변경으로 이어졌습니다.
필드 테스트는 단순한 기능 확인을 넘어 개발팀에게 중요한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알앤비디파트너스 연구원들이 실제로 암벽을 오르고 자동 확보기를 사용해 봄으로써, 클라이머의 심리적 상태(추락 공포, 레버 조작 집중도 등)를 직접 체험했습니다. 이 경험이 'Anti-panic 기능이 왜 중요한가'를 몸으로 이해하게 해주었고, 이후 설계 결정의 판단 기준이 됐습니다.
158g, 세계 최경량 — 독자 모델로 세계 무대에 서다
세계 유일 5개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다
이 프로젝트의 완료로 트랑고는 세계에서 독자적인 자동 확보·하강기를 보유한 5번째 브랜드가 됐습니다(Petzl, Edelrid, Mad rock, Trango USA에 이어). 무게 158g은 경쟁 제품 중 가장 가벼운 수준입니다. Petzl Grigri+의 175g, Edelrid Eddy의 223g과 비교하면 경량성에서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를 갖습니다. Al7075 소재와 이중 캠 메커니즘 채택이 이 경량성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기능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Petzl Grigri+와 동등한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Anti-panic 기능(이중 캠+탄성 푸시바), 자일 전달 예압 기능(토션 스프링 선택적 접촉), 마찰부위 내구성(SUS 판재 볼트 체결, 교체 용이)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습니다. 특히 경쟁사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독자적인 구조로 이 기능들을 구현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알앤비디파트너스의 역할을 돌아보면, 단순 설계 서비스를 넘어 '등반을 이해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직접 암벽 등반을 경험하고, 클라이머의 시각에서 설계를 검토했습니다. TRIZ 방법론으로 특허 회피 컨셉을 도출하고, CAE로 안전성을 검증하고, 두 차례의 Prototype과 필드 테스트로 성능을 확인했습니다. 생명과 직결된 안전 장비 개발에서 요구되는 모든 역량을 발휘한 프로젝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