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트렌드는 비정형 패턴인데, 기존 방법으로는 만들 수 없다
이음매 없는 축구공이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전통적인 축구공은 흑백 오각형·육각형 패널을 가죽으로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방식은 이음매(봉제선)가 많고, 봉제선 부위에서 볼의 변형이 발생한다. 최근 세계적인 트렌드는 패널 수를 줄이고 이음매를 최소화한 비정형 패턴(Non-standard Pattern) 디자인이다. 이음매가 적으면 볼의 비행 특성이 안정적이고 킥감이 균일해진다. 선수들이 선호하고, 공인구 시장에서도 비정형 패턴이 주류가 되고 있었다.
임페리얼스포츠는 기계접착식(본딩볼, Bonding Ball) 축구공을 생산하는 업체다. 본딩볼은 패널을 봉제 대신 열과 접착제로 붙이는 방식으로, 이음매가 없어 더 매끈한 표면을 만들 수 있다. 정형 패턴(원형, 사각형 등 단순한 형태)의 본딩볼 생산 공정은 갖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비정형 패턴으로 가려니 기존 공정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했다.
비정형 패턴의 핵심 공정은 측면 본딩이다. 패널의 옆면(측면)에 접착제를 도포해야 다른 패널과 붙일 수 있다. 정형 패턴은 측면이 단순한 직선이나 원호여서 기존 롤러 방식으로 접착제를 바를 수 있었다. 하지만 비정형 패턴은 측면의 각도가 수시로 바뀌는 복잡한 곡선이어서, 기존 방식으로는 접착제를 균일하게 도포할 수 없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비정형 패턴볼 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다.
불편함을 노력으로 대신해왔지만, 한계에 봉착했다
임페리얼스포츠는 기술 기반 회사가 아니었다. 축구공 생산에 집중해왔고, 공정 자동화나 장비 개발에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려운 중소기업이었다. 공정의 비효율을 작업자의 노력과 숙련도로 메워왔다. 하지만 비정형 패턴 대응은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기술적 해결책이 필요했다.
2015년 프로젝트는 기존 정형 패턴 본딩 공정의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을 목표로 시작됐다. 공정 낭비 분석, 사이클 타임 분석, 레이아웃 최적화를 수행했다. 건조 대기시간이 전체 사이클 타임의 99.8%를 차지한다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가 나왔다. 실제 가공에 소요되는 시간은 전체의 0.2%였다. 개선 방향이 명확해졌다. 건조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었다.
2016년 프로젝트에서는 더 어려운 과제를 받았다. 비정형 패턴 측면 본딩 공정 개발이었다. 세계 어느 업체도 이 공정을 자동화하지 못한 상태였다. 수동으로 하면 생산성이 극히 낮고 품질이 불균일했다. 기존 자동화 장비로는 비정형 패턴에 대응 자체가 불가능했다. TRIZ 확산사업을 통해 알앤비디파트너스를 만나 "실마리라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현장에서 공정을 관찰하고, 측정하고, 문제를 정의한다
가접 → 열압착 → 가압냉각 → 측면 본딩 → 건조
본딩볼 생산 공정을 단계별로 분석했다. EVA Edge → Thomson 절단 → 접착제 도포 → 건조 → 가접 → 열압착 본딩 → 가압냉각의 순서로 진행된다. 각 단계의 사이클 타임(한 단위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실측했다.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건조 대기시간이 전체 사이클 타임의 99.8%를 차지하고, 실제 가공 시간은 0.2%에 불과했다.
이 분석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명확했다. 공장을 아무리 효율적으로 운영해도, 건조 시간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생산성 향상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었다. 건조 시간 50% 감소 시 전체 사이클 타임 약 50% 단축이 가능했다. U-Line(U자형 생산 라인) 레이아웃 도입으로 작업 이동 거리를 줄이고, 1인이 다공정을 처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레이아웃 개선안도 도출됐다.
가접·열압착·가압냉각 단위 공정의 설비도 개선이 필요했다. 기존에는 세 공정이 별도 설비로 분리되어 있어 중간 대기와 이동 시간이 발생했다. 이 세 공정을 하나의 다공정 설비로 통합하는 컨셉을 도출했다. 열압착 후 취출과 냉각틀 투입 공정을 연속화하고, Align(정렬) 자동화로 품질 균일성을 확보하는 방향이었다.
기존 롤러 방식이 비정형 패턴에 통하지 않는 이유
기존 측면 본딩 장비는 등속회전 턴테이블과 탄성 접촉 롤러를 이용한다. 패턴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회전시키면서 롤러가 측면에 접착제를 발라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원형 패턴에서는 잘 작동한다. 턴테이블이 일정 속도로 회전하면 롤러가 측면 전체에 균일하게 접착제를 바를 수 있다.
그런데 비정형 패턴에서는 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비정형 패턴의 측면 각도는 수시로 바뀐다. 롤러의 접촉 방향에 대해 측면이 90도에서 가까울 때는 접착제가 잘 묻지만, 각도가 작아질수록 도포량이 줄어든다. 30도 이하에서는 현실적으로 접착제가 도포되지 않는다. 그리고 각도가 음수(패턴의 측면이 반대 방향을 향하는 구간)인 부분은 턴테이블을 반대로 회전해야 도포할 수 있는데, 등속 단방향 회전으로는 불가능하다.
또한 롤러의 직경보다 좁은 틈에는 롤러가 들어갈 수 없어 도포 자체가 불가능했다. 비정형 패턴에는 날카롭게 들어간 음각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롤러로 접근할 수가 없었다. 이 세 가지 근본적인 한계가 기존 방식으로 비정형 패턴을 자동화할 수 없는 이유였다. 근본 원인이 명확해졌으니,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다음 단계였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명확히 정의하면 절반은 해결된 것이다
사이클 타임 20초 → 7초, 원가 15% 절감
2016년 프로젝트의 핵심 KPI는 두 가지였다. 공정 사이클 타임 20초에서 7초로 단축(65% 단축), 그리고 제조원가 15% 절감이었다. 기존 수작업 공정에서는 패턴 하나의 측면 본딩에 약 20초가 걸렸다. 이것을 자동화해서 7초로 줄이면 같은 시간에 3배 가까운 수량을 만들 수 있다. 원가 절감은 생산성 향상과 불량률 감소로 달성하는 목표였다.
제약 조건도 명확히 정의됐다. 장비 크기는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600×600×300mm를 초과하지 않을 것. 필요 부위 이외에 접착제가 묻지 않을 것(의류 생산 파트가 붙어 있어 접착제가 흐르거나 튀면 곤란). 2~3종의 서로 다른 물성을 가진 접착제(Latex 본드, PU Glue)에 모두 대응할 수 있을 것. 이 제약 조건들이 이후 설계 선택의 필터가 됐다.
검증 방법도 정의했다. 디지털 Mock-up(3D 시뮬레이션 모델)을 제작해 장비 작동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다. 실제 장비 제작 전에 디지털로 먼저 검증해 시행착오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비정형 샘플 패턴의 모든 구간에서 접착제가 균일하게 도포되는지를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하는 것이 주요 검증 방법이었다.
무엇이 무엇에 어떤 기능을 하는가 — 기능 분석으로 구조를 파악
TRIZ의 기능 분석(Function Analysis) 방법론을 적용해 문제를 체계화했다. 기능 분석은 시스템의 각 구성요소가 서로 어떤 기능(유익한/유해한/불충분한/과도한)을 수행하는지를 모델링한다. 이 모델에서 기능적 결함(Functional Fault)이 명확히 드러난다. "왜 안 되는가"를 구성요소 간 관계로 표현하는 것이다.
기능 분석 결과 세 가지 핵심 기능적 결함이 도출됐다. 첫째, 면의 Normal(법선) 방향이 수시로 바뀌어 롤러나 노즐이 항상 올바른 방향을 유지하기 어렵다. 둘째, 등속 원운동으로는 비정형 패턴의 다양한 각도에 대응하기 어렵다. 셋째, 롤러 뭉치의 운동 반경이 고정되어 있어 패턴의 모든 부분에 도달하기 어렵다. 이 세 가지가 해결돼야 비정형 패턴 자동 본딩이 가능했다.
경쟁 기술 조사도 수행했다. 분사 로봇을 이용한 스프레이 도포 방식이 유일한 경쟁 기술이었다. 패턴을 잡고 회전시키면서 로봇이 접착제를 분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밀폐된 스프레이 부스가 필요하고, 겹친 패턴을 개별 분리할 때 어려움이 있으며, 접착제 침투성으로 인한 고장이 잦았다. 임페리얼스포츠의 공장 환경(의류 생산 파트가 인접)에서 채용하기 어려운 방식이었다. 경쟁 기술의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다른 방향을 찾기로 했다.
TRIZ 발명원리와 FOS로 4개의 모순을 동시에 해결하다
TRIZ 발명원리 #2, #15, #16, #17, #19 — 모순을 모순으로 풀다
TRIZ 방법론으로 4개의 핵심 모순을 정의했다. 모순 #1: 패턴을 턴테이블에 고정하려면 수평으로 놓아야 하는데, 수평으로 놓으면 접착제가 중력으로 흘러내린다. 모순 #2: 접착제를 얇게 바르면 묻지 않는 부분이 생기고, 두껍게 바르면 흘러내린다. 모순 #3: 롤러를 쓰면 작은 틈에 도포 불가능하고, 노즐을 쓰면 각도 변화에 대응이 어렵다. 모순 #4: 등속 원운동은 단순하지만 비정형에 쓸 수 없고, 속도/방향 제어는 비정형에 대응하지만 복잡하다.
각 모순에 TRIZ 발명원리를 적용해 해결책을 도출했다. 모순 #1에는 발명원리 #17(차원 변경)과 #07(중첩)을 적용했다. 턴테이블을 수직으로 세우고(차원 변경), 패턴을 여러 개의 Air Gripper로 잡아 고정하는(중첩) 방식이었다. 수직으로 세우면 중력이 접착제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없어지고, Air Gripper가 고정력을 담당한다. 모순 #2에는 발명원리 #19(주기적 작용)를 적용해, 패턴의 각속도에 맞게 접착제 토출량을 가변 제어하도록 했다.
모순 #3에는 발명원리 #02(추출)를 적용해, 롤러를 제거하고 노즐만 쓰되 노즐 방향을 면의 Normal 방향에 따라 실시간으로 제어하도록 했다. 아무리 좁은 틈도 노즐이 들어갈 수 있고, 노즐 방향을 제어하면 각도 문제도 해결된다. 모순 #4에는 발명원리 #15(역동성 증가)를 적용해, 턴테이블을 등속으로 회전시키지 않고 속도와 방향을 패턴의 각속도에 맞게 가변 제어하도록 했다.
공작기계 CNC 원리를 본딩 장비에 적용하다
TRIZ 해결책들을 통합할 때 FOS(Function-Oriented Search, 기능지향 탐색)가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패턴의 모양에 맞게 노즐과 턴테이블을 동기화해서 움직인다"는 기능을 다른 산업에서 찾아보니,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공작기계가 나왔다. CNC는 복잡한 형상의 가공 경로를 G-code로 정의하고, 여러 축을 동기화해 움직이는 기술이다.
본딩 장비에서 턴테이블은 CNC의 회전 테이블, 노즐 액츄에이터는 선형 축, 튜빙 펌프는 절삭공구의 피딩에 해당한다. 패턴의 윤곽선을 G-code로 표현하면, CNC 제어 방식으로 모든 축을 동기화해 어떤 패턴 모양에도 균일하게 접착제를 도포할 수 있다. 공작기계 분야의 기술이 전혀 다른 산업에서 해결책이 된 것이다.
이 접근의 핵심은 피딩 펌프의 속도를 고정하고, 턴테이블과 노즐 액츄에이터의 속도를 가변 제어해 표면 속도(각속도)를 동기화하는 것이다. CNC로 치환하면 피딩 펌프가 공구의 RPM이고, 턴테이블과 액츄에이터는 가공 축이다. 이 발상이 이후 모든 설계 결정의 기반이 됐다.
Peristaltic Pump, Air Gripper, 스텝 모터 — 각 부품이 문제를 해결한다
점도 100~100,000cps 범위 접착제를 정량 이송하는 핵심 부품
접착제를 정량으로 이송하는 펌프 선정이 첫 번째 부품 설계 과제였다. Latex 본드(점도 약 150cps)부터 PU Glue(점도 100,000cps 이상)까지 다양한 점도의 접착제를 이송해야 했다. 기어 펌프는 고점도 유체에 약하고, 다이어프램 펌프는 정량 이송 정밀도가 떨어졌다. 연동 펌프(Peristaltic Pump)가 최적의 선택이었다.
연동 펌프(Peristaltic Pump, 또는 Tubing Pump)는 유연한 튜브를 롤러로 눌러가면서 유체를 이송하는 방식이다. 유체가 튜브 안에만 있어 펌프 내부를 오염시키지 않는다. 고점도 유체도 이송 가능하고, 역방향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스텝 모터로 구동하면 회전수에 비례해 이송량이 결정되므로 정량 제어가 가능하다.
시장에 있는 완제품형 튜빙 펌프는 정량 이송형이라 가격이 비싸고 드라이버 튜닝이 어려웠다. 저 RPM(10RPM)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면서 속도와 방향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시판 제품이 없었다. 결국 기존 장비에서 사용하던 펌프의 기구 강성을 강화하고, 스텝 모터 드라이버를 튜닝해 커스텀 튜빙 펌프를 제작하기로 했다.
수직으로 세운 패턴을 안정적으로 잡는 구조
모순 #1 해결책으로 도출된 Air Gripper(공압 파지 장치)의 설계가 중요했다. 패턴을 수직으로 세우면 접착제 흐름 문제가 해결되지만, 패턴이 자체 무게로 턴테이블에서 떨어질 수 있다. Air Gripper가 패턴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하나의 Air Gripper로 비정형 패턴의 불규칙한 형태를 고정하면 접촉 면적이 작아 안정성이 떨어졌다.
발명원리 #07(중첩)을 적용해 여러 개의 Air Gripper를 패턴 뒷면에 분산 배치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각 Gripper의 접촉면 형상을 패턴 뒷면에 맞게 설계해 접촉 면적을 넓혔다. 이것이 발명원리 #07의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적용한 결과였다. Air Gripper의 표면적을 넓히면 같은 기압에서 더 큰 고정력을 얻을 수 있다.
Air Gripper 설계에서 한 가지 제약이 있었다. Gripper가 패턴 측면에 접촉하면 그 부분에 접착제를 바를 수 없다. 따라서 Gripper는 패턴 뒷면에만 접촉하고, 측면은 완전히 노출시켜야 했다. 이 제약을 만족하면서 충분한 고정력을 확보하는 Gripper 배치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패턴의 무게 중심, 회전 시 원심력, 접착제 도포 시 반발력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했다.
정밀 위치·속도 제어를 위한 구동 시스템
CNC 제어 방식을 구현하려면 정밀한 위치·속도 제어가 가능한 구동 시스템이 필요했다. 스텝 모터(Step Motor)를 채택했다. 스텝 모터는 전기 펄스 하나당 일정 각도씩 회전하는 모터로, 피드백 없이도 정밀한 위치 제어가 가능하다. 서보 모터에 비해 저렴하고 제어 회로가 간단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스텝 모터 방식에는 유니폴라(Unipolar)와 바이폴라(Bipolar) 두 가지가 있다. 회로가 간단하고 고속 운전에 유리한 유니폴라 방식이 이 장비에 적합했다. 비정형 패턴에서는 속도와 방향이 급격하게 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급격한 속도 변화에 잘 대응하는 유니폴라 방식을 선택했다. 토크는 42각 9kg 정도의 모델로 결정했다.
노즐 액츄에이터는 선형 운동이 필요하므로 볼스크류 방식의 선형 액츄에이터를 사용했다. 필요한 스트로크(130mm)와 속도(분당 1,800mm)를 계산해 4mm 리드의 볼스크류를 선정했다. 리드가 너무 작으면 쓸데없이 높은 RPM이 필요하고, 너무 크면 분해능(최소 이동 단위)이 나빠진다. 4~5mm 리드가 계산상 최적이었다.
4축 동기 제어 — G-code로 어떤 패턴도 도포하다
전용 칩 vs PC 활용 방식 — 비용과 기능의 균형
4축(턴테이블, 노즐 X 액츄에이터, 튜빙 펌프, Air pump) 동기 제어를 위해 모션 컨트롤러를 선정했다. 두 가지 방식을 검토했다. 전용 모션칩 방식(4축 동시 제어 전용 칩, 24개 I/O 포트, 350,000원)과 PC 활용 방식(PC 자원으로 G-code 실행, 스텝 모터 드라이버와 통신, 100,000원)이었다. 기능상으로는 전용칩이 더 강력하지만 오버스펙이었다.
임페리얼스포츠의 장비에서 필요한 데이터 처리 속도는 10,000bps 이하로 낮았다. PC의 프린터 포트(Parallel Port)가 제공하는 속도만으로도 충분했다. PC 활용 방식은 스텝 모터 드라이버가 불필요하고 비용이 낮으며, 컴팩트한 설계가 가능했다. PC의 자원을 활용하는 오픈소스 G-code 해석기(GRBL 등)를 적용해 개발 기간도 단축했다.
G-code 기반 제어의 장점은 패턴이 바뀌어도 장비 하드웨어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비정형 패턴이 나오면 그 패턴의 윤곽선을 G-code로 변환하고, 파일을 교체하면 된다. 이것은 장비의 유연성(flexibility)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비 하나로 무수히 많은 비정형 패턴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였다.
PC 기반 제어 시스템과 토출량 동기화
패턴 각속도에 따른 접착제 토출량 동기화
제어 로직의 핵심은 턴테이블의 각속도와 접착제 토출량을 동기화하는 것이었다. 패턴의 특정 구간에서 면적이 넓으면 그 구간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토출량을 늘려야 하고, 면적이 좁은 구간에서는 토출량을 줄여야 한다. 이것이 모순 #2의 해결책이었다. 균일한 토출량이 아니라, 패턴 형상에 맞게 가변 토출량을 제어한다.
비정형 패턴의 윤곽선을 미리 분석해 각 구간의 길이와 면의 Normal 방향을 계산한다. 이 데이터를 G-code로 변환해 모션 컨트롤러에 입력하면, 장비가 패턴을 회전시키면서 노즐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지하고, 접착제를 올바른 양만큼 토출한다.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추가 기능으로 프로그램 선택 윈도우도 설계했다. 여러 패턴의 G-code 파일을 장비에 저장하고, 작업자가 버튼 몇 개로 원하는 패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Feeding 속도 조절 기능도 추가해, 접착제 점도가 다를 때 작업자가 현장에서 미세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유연하고 사용하기 쉬운 장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디지털 Mock-up으로 먼저, 실제 제작으로 확인
3D 시뮬레이션으로 장비 작동을 미리 확인
실제 장비 제작 전에 3D 디지털 Mock-up을 만들어 장비 작동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했다. 비정형 샘플 패턴의 윤곽선을 G-code로 변환하고, 디지털 Mock-up에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실행했다. 턴테이블이 패턴의 각속도에 맞게 회전하고, 노즐 액츄에이터가 정확한 위치로 이동하며, 접착제 토출량이 구간별로 조정되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설계한 컨셉이 비정형 패턴의 모든 구간에서 균일하게 접착제를 도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음각 부분(내측으로 들어간 구간), 급격한 각도 변화 구간, 매우 좁은 틈 구간 모두에서 시뮬레이션이 정상 작동했다. 기존 롤러 방식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었던 구간들이었다. 디지털 검증은 실제 장비 제작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컨셉 타당성을 확인하는 핵심 단계였다.
시뮬레이션에서 한 가지 개선점도 발견됐다. Air Gripper의 배치가 일부 구간에서 노즐 액츄에이터 이동 경로와 간섭이 있었다. Gripper 위치를 조정해 간섭을 제거했다. 이 수정을 디지털 환경에서 하는 것은 몇 분이면 충분했지만, 실물을 만든 후에 발견했다면 부품 재제작 비용과 시간이 발생했을 것이다. 디지털 Mock-up의 가치가 여기서 빛났다.
장비 3D 시뮬레이션과 작동 검증
채택된 솔루션의 구성 요소
디지털 Mock-up 검증을 통과한 최종 설계안이 확정됐다. 수직 배치 턴테이블(스텝 모터 구동, 42각), Air Gripper(복수 배치, 확장된 접촉 면적), 노즐 액츄에이터(볼스크류, 스트로크 130mm), 연동 펌프(스텝 모터 구동), Air Pump(패턴 압착용), 모션 컨트롤러(PC 활용 방식), 프로그램 선택 창, Feeding 속도 조절 기능으로 구성됐다.
전체 장비 크기는 목표였던 600×600×300mm 이내에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컴팩트한 크기다. 접착제 누액 방지도 설계에 반영됐다. 노즐 주변에 작은 흡기 홀을 배치해 도포 후 남은 접착제를 빨아들이는 구조를 추가했다. 주변 환경 오염 최소화가 요구사항이었기 때문이다.
BOM(부품 목록)과 상세 도면을 작성해 이관하는 것이 최종 결과물이었다. 디지털 Mock-up과 G-code 샘플도 함께 이관했다. 이후 실제 설비 제작은 임페리얼스포츠가 진행하되, 도면과 BOM을 기준으로 하고 알앤비디파트너스가 Follow-up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 과제 — 2015년에 해결한 기반 위에서 더 어려운 문제를 푼다
정형 패턴 공정 개선에서 비정형 패턴 신기술 개발로
2015년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정형 패턴 본딩 공정의 낭비를 제거했다. 건조 대기시간 50% 감소, U-Line 도입으로 1인 다공정 처리 가능, 가공 소요시간 56% 감소. 이것이 2016년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2015년에 쌓인 공정 이해와 임페리얼스포츠와의 협력 관계가 2016년 과제를 더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기반이 됐다.
2016년은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2015년이 기존 공정을 개선하는 것이었다면, 2016년은 기존 방법으로 불가능한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었다. 2015년 작업에서 공정과 장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쌓였기 때문에, 2016년 문제 정의와 요구사항 도출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누적된 지식이 다음 프로젝트의 속도를 높였다.
두 프로젝트를 묶어보면, 정형 패턴 공정의 효율화(2015)와 비정형 패턴 생산 가능(2016)이 함께 완성됐다. 임페리얼스포츠는 이제 기존 시장에서는 더 낮은 원가로, 새로운 시장(비정형 패턴)에서는 경쟁자 없는 독점 기술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두 프로젝트가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였다.
비정형 패턴의 축구공 디자인
도면에서 실물로 — 제작 과정의 기술 지원
디지털 Mock-up과 상세 도면이 완성된 후, 실제 설비 제작 단계에서도 알앤비디파트너스의 Follow-up이 이루어졌다. 실제 부품 가공과 조립 과정에서 도면 해석 질문, 치수 보완 요청, 조립 순서 확인 등이 발생했다. 설계자가 직접 답변하고 현장 방문을 통해 조립 과정을 지원했다. 도면이 아무리 완벽해도 실물 제작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실제 접착제로 시험 도포를 수행하면서 G-code 파라미터를 조정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시뮬레이션에서의 이상적인 조건과 실제 접착제의 유변학적 특성(흐름 특성)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특히 PU Glue의 고점도 특성이 예상보다 노즐 막힘을 자주 일으켰다. 노즐 직경을 조정하고, 접착제 가온(약간 가열해 점도를 낮추는) 방법을 추가해 해결했다.
다양한 비정형 패턴 샘플에 대해 G-code 변환 작업도 지원했다. 패턴의 CAD 데이터에서 윤곽선을 추출하고 G-code로 변환하는 프로세스를 표준화했다. 이 프로세스가 확립되면, 이후에 새로운 비정형 패턴이 나와도 임페리얼스포츠 내부에서 스스로 G-code를 생성할 수 있게 된다. 기술 이전의 완성이었다.
국내 유일 — 비정형 패턴 본딩볼 생산 기술 확보
사이클 타임 65% 단축, 원가 15% 절감 달성
2016년 프로젝트의 KPI가 모두 달성됐다. 공정 사이클 타임이 20초에서 7초로 단축됐다(65% 단축). 이것은 같은 시간에 거의 3배의 수량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조원가는 46,000원/개에서 39,000원/개로 약 15% 절감됐다. 장비 크기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는 600×600×300mm 이내를 달성했다. 접착제 오염 문제도 흡기 홀 설계로 해결됐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기존 공법이나 장비로는 불가능했던 비정형 패턴 측면 본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수동으로 하면 생산성이 극히 낮고 품질이 불균일했다. 기존 자동화로는 비정형에 대응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 두 방법 모두 안 되던 것을 TRIZ와 FOS를 결합해 해결한 것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비정형 패턴 본딩볼을 만들 수 있는 업체가 됐다.
개발 고려사항도 모두 만족했다. 비정형 패턴의 Latex 본드 도포 공정과 PU Glue 도포 공정 모두 개발됐다. 두 종류 접착제의 물성이 매우 달라(점도 650배 차이) 동일 장비로 대응하기 어려웠지만, Feeding 속도 가변 기능으로 해결됐다. "하나의 장비로 여러 접착제 대응"이라는 확장성 요건도 충족됐다.
연 7억 원 원가 절감, 연 23억 원 이익 증대 가능
경제적 기대효과도 산정됐다. 본딩볼 연간 10,000개 생산 기준으로, 수작업 대비 제조원가 절감 효과는 연 70,000만 원(7,000원/개 × 10,000개)이었다. 정형 패턴볼 대비 비정형 패턴볼의 이익 증대 효과는 연 230,000만 원(23,000원/개 × 10,000개)으로 추산됐다. 비정형 패턴볼은 부가가치가 높아 판매 가격이 정형 대비 크게 높기 때문이다.
이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 포지셔닝이었다. 국내에서 비정형 패턴 본딩볼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생긴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정형 패턴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추세에서, 임페리얼스포츠는 그 수요를 받을 수 있는 공급 능력을 확보했다. 경쟁사들이 기술적으로 따라오기 어려운 진입 장벽을 쌓은 것이었다.
프로젝트 이후 임페리얼스포츠의 참여 기업 의견은 명확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자사의 기존 공정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라 생소함이 적고, 설비 투자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다. 이번 사업 결과물로 향후 축구공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알앤비디파트너스의 TRIZ 기반 문제 해결 방법론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낸 증거였다.